주민들 "두려움과 기쁨 혼재"…"모든 국민에게 좋은 정부 바라"
지지자 2천여명 "석방하라" 시위…성조기 불태우기도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주민들은 미군에 의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 이틀째에도 대체로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과 AP통신 등이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 축출에 반대하는 시위가 카라카스 시내에서 열렸지만 군경 병력은 평소 주말보다 더 적게 배치됐으며, 상당수 상점이나 식당은 문을 닫은 가운데 일부 문을 연 가게에는 생필품 등을 구매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하지만, 이른바 '패닉 바잉'(공포 심리에 따른 사재기)이 벌어지고 있다는 징후는 없으며 위기 상황이 잦았던 베네수엘라에서는 통상적 구매 수준이라고 CNN은 전했다.
카라카스에 주재하는 언론인 메리 메나는 4일(현지시간) CNN에 "거리에 새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궁에서 몇 블록 떨어진 주차장에서 일하는 데이비드 레아우(77)씨는 텅 빈 거리를 가리키며 "사람들이 아직 충격받은 상태"라며 손님이 올 것 같지 않다고 AP에 말했다.
베네수엘라 국영방송들이 마두로 대통령이 수갑을 차고 미국으로 압송되는 장면을 방송하지 않는 가운데,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모습을 접한 시민들은 두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AP는 전했다.
교회에 가려다 문이 닫혀 발길을 되돌린 넬리 구티에레즈는 "수갑을 채워 제국의 손아귀에 들어갔다면, 하나님도 거기서 구출할 수 없을 것이고 그는 거기서 죽을 것"이라며 "그도 인간이기에, 나는 슬프다. 주님,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을 이겨낼 힘을 주소서"라고 AP에 말했다.
민병대를 포함한 마두로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오후 카라카스 시내에서 마두로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2천명 정도의 지지자·민병대는 "우리 대통령을 석방하라"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마두로 대통령의 사진 등을 들고 거리로 나왔으며 일부는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태우기도 했다.
시위에 참여한 레이날도 미자레스는 "이 나라는 패배자들의 나라가 아니다"라며 "베네수엘라 국민은 항복해서는 안 되며, 베네수엘라가 다시 누군가의 식민지가 되어서도 안 된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 축출에 찬성하는 시민들은 공개적으로 그의 체포를 축하하기보다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건설 노동자 다니엘 메달라(66)는 "우리는 (마두로의 축출을) 바라왔다"면서도 종전 정부가 다시 집권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축하하지는 않는다고 AP에 말했다.
베네수엘라 제2도시 마라카이보에 사는 자이로 차친(39)은 전날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주유소는 문이 닫혀 있어서 기름을 넣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에 음식을 좀 샀다"라며 "솔직히 두려움과 기쁨이 섞인 마음"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의 계속된 정정 불안과 정치·경제적 위기에 분노하며 제대로 된 정부가 들어서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번 미군의 공습에 80세 숙모가 사망했다는 라과이라 주민 윌먼 곤잘레즈는 A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습으로 부서진 아파트 벽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남은 건 폐허뿐"이라며 "우리가 바라는 것은 소수가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좋은 정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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