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깜짝 스타의 등장이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무명의 투수는 등장과 동시에 세간의 시선을 끌었고, 시즌 내내 괄목할 만한 활약을 펼치며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끄는 키플레이어로 등극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송승기는 지난 2025년, 흐릿했던 유망주에서 선명한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이제는 달라졌다. 팀 내 입지도, 리그에서의 존재감도, 그를 향한 기대감도 2025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신인 티를 조금은 벗은 송승기는 새 시즌을 앞두고 주 6일 잠실구장에서 성실하게 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선발 2년 차로서 부담감을 인정하면서도 새해에도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담담하게 다짐했다.
송승기는 2025시즌 LG의 최고의 히트 상품 중 하나다.
개막 직전에야 팀의 5선발 자리를 확정했던 그는 3월27일 1군 선발 데뷔전에서 7이닝 1피안타 무실점, 완벽에 가까운 공을 던지며 자신의 이름을 야구계에 각인시켰다.
최근 뉴시스와 만난 송승기는 그날의 기억을 또렷이 회상했다. 작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첫 선발 경기를 뽑은 그는 "등판 직전 마음가짐이 아주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전날까지 LG가 선발 개막 4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또 직전 경기에서 (임)찬규 형이 완봉승을 거둬서 언론에서 'LG가 최강 선발을 구축했다. 5선발 송승기만 남았다'라고 말하는 상황이었다. 부담도 되고 긴장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그때만 해도 송승기가 호투를 펼칠 것이라고 기대한 이는 거의 없었다. 염경엽 LG 감독 역시 경기를 앞두고 "사사구만 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우려를 표할 정도였다.
하지만 송승기는 "팀에서 크게 기대를 안 했기 때문에 그래도 부담을 덜 수 있었다"며 "그날 7이닝 무실점에 볼넷도 1개밖에 안 줬다. 첫 단추를 정말 잘 끼웠다"며 밝게 웃었다.
송승기는 "5선발이 확정된 뒤 감독님께서 '시간을 확실히 줄 테니 그 안에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라'고 해주셨다. 한 달 정도는 기회를 준다고 하셨다. 그런 부분에서 힘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도 전했다.
첫 풀타임 시즌이었던 만큼 느낀 점도, 배운 점도 많았다.
체력 부담이 커지는 여름을 앞두고 선배들이 열흘씩 휴식을 받았음에도 송승기는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며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쌓았다.
송승기는 "아무래도 작년 후반기부터 체력적인 이슈가 있었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땐 구속이 안 나와 힘으로 던지게 되니 제구도 흔들렸다. 그런 모습이 안 나오게 하고 싶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근력도 올리고, 기초 체력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무(無)'에서 시작했던 2025년과는 달리 2026년 송승기는 '디펜딩 챔피언' 선발진이라는 부담을 어깨에 얹고 마운드에 오른다.
송승기 역시 "아무래도 기대를 많이 하시는 만큼 더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다. 생각이 많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지난 시즌에는 진짜 자신감이 엄청 올라와서 공격적으로 던졌다. 뭘 모르고 시즌을 시작해서 그럴 수 있었다"는 그는 "이번에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니 올해도 그만큼의 성적을 내도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 같다. 기대가 커지면 실망도 있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이것저것 신경 쓰다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어렸을 땐 하나하나 신경을 많이 썼는데 작년엔 그러지 않으려고 했다. 흘러가는 대로 가고 싶다"며 "걱정이 많긴 하지만 2025년을 경험을 했던 만큼 올해는 안 좋았던 부분을 덜 보여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2025년은 송승기는 물론, 팀 동료 신민재, 신인왕 안현민(KT 위즈), 미국 진출까지 성공한 송성문(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늦게 핀 꽃'의 활약이 두드러진 해였다.
송승기 역시 데뷔 시즌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21년 2차 드래프트 전체 87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은 송승기는 5년 만에야 빛을 봤다.
"낮은 지명 순위에 처음에는 조금 실망스러웠다"는 그는 이제 "오히려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송승기는 "지명 순위가 낮을수록 기대가 없다. 조금만 잘해도 가능성을 봐줘서 좋은 점도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몸이 아파서 늦게 지명됐지만, 팀에 합류에 기초적인 운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컨디션도 좋아지고 자신감도 찾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병역 문제도 일찌감치 해결했다. 송승기는 2023년 상무에 입대해 2024년 KBO 퓨처스(2군)리그 남부 승리(11승)와 평균자책점(2.41) 1위를 석권하며 크게 성장했다.
송승기는 "사실 2023년도까지 하고 군대에 가고 싶었다. 근데 구단에선 좀 빨리 보내려 했다. 사실 그 당시에 갈등도 조금 있었다"며 "상무에 떨어지면 1년 더 뛰려고 했는데 붙어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최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구단이 현명했다"고 밝게 웃었다.
이제 막 출발선에서 발을 뗀 그는 "아프지 않고 매년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투수가 되고 싶다. 아직 먼 얘기이긴 하지만 한번 FA(프리에이전트)도 해보는 것이 목표다. 우승도 최대한 많이 하고 싶다"고 자신의 미래도 소망했다.
이제는 어엿한 국가대표로 성장했다. 송승기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1차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그는 "한국시리즈 때 불펜에서 잘 던지다 보니 선배님들이 '잘하면 WBC 갈 수 있겠다. 얘기 나온다고 하더라'고 말해주셨다. 그때는 뽑히면 좋고 아니면 다음에 가면 된다 생각하고 덤덤히 있었다. 진짜 뽑힐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대표팀에선 류현진(한화 이글스)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과도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된다.
"류현진 선배님과는 인사만 해봤다"는 그는 "가면 많이 배우고 얘기도 많이 나눠보고 싶다. 어떻게 운동하시는지도 보고 싶다"고 수줍게 말했다.
그는 쉽게 먼저 다가가는 성격은 아니라면서도 "이번에 (손)주영이 형도 같이 가니까 형이랑 같이 다니면서 대화할 때 살짝 껴서 얘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싱긋 웃었다.
이어 "최종 엔트리에 든다면 해외의 유명 선수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선수들한테도 제 장점인 직구가 통할지 보고 싶다. 궁금하고 기대된다"면서 눈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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