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글로벌 상품 시장에서 귀금속이 가장 눈부신 성과를 기록한 가운데, 특히 은 가격이 주식과 통화를 압도하며 시장의 중심에 섰다.
로이터 통신은 2025년 12월 31일 보도에서 귀금속이 주요 상품 가운데 두드러진 수익률을 보였으며, 은 가격 상승폭이 전 세계 대부분의 주요 주가지수와 통화 수익률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금 가격 역시 경제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은 가격은 2025년 한 해 동안 161% 급등하며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80달러를 돌파했고, 금 가격도 66%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귀금속이 2026년에도 추가 상승 여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호주 콜키스 트레이딩의 수석 시장 분석가 팀 와틀러는 “산업용과 소매용을 모두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금속 수요가 매우 강하다”고 평가했다. 은은 미국에서 핵심 광물로 지정된 데다, 공급 제한과 낮은 재고 수준이 이어지며 가격을 추가로 지지받고 있다. 금 가격은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매입이 하방을 떠받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백금과 팔라듐 역시 2025년에 강한 연간 상승세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BNP 파리바의 원자재 분석가 제이슨 응은 “올해 나타난 많은 위험 요인이 2026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귀금속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에너지 시장은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공급 증가의 영향으로 기준 유종인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2025년에 각각 약 15% 하락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2월 27일 보도에서 은 1온스의 가격이 석유 1배럴보다 더 비싸졌다고 전했다. 26일 기준 은 선물 가격은 온스당 76.486달러로, 같은 날 WTI 선물 가격(배럴당 56.74달러)을 웃돌았다.
이는 1983년 WTI 선물이 거래되기 시작한 이후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의 짧은 예외를 제외하면 거의 전례가 없는 현상이다. 은은 투자자와 산업 수요 양측에서 모두 부족 현상을 겪는 반면, 석유는 공급 과잉이 이어지며 가격이 눌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금과 마찬가지로 실물 은과 금융상품 형태의 은을 사들이며 달러와 주요 통화가 직면한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동시에 보석업체, 의료기기 제조사, 전기차 업체, 데이터센터 개발사, 태양광 패널 공장 등 산업 전반에서도 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씨티그룹 분석가들은 태양광 산업만으로도 전 세계 은 연간 생산량의 약 30%를 소비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금 가격이 온스당 4,500달러를 넘어서며 부담이 커지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안으로 은을 선택하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인도에서는 금 대신 은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며 최근 은 수입량이 크게 증가했다. 일부 시장에서는 은 가격이 향후 온스당 2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그러나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캐피털인터내셔널 거시경제컨설팅은 최근 보고서에서 “귀금속 가격이 펀더멘털을 넘어선 수준까지 상승했다”며, 시장 열기가 식을 경우 2026년 말 은 가격이 온스당 약 42달러로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가가 다시 은 가격을 웃돌게 된다면, 이는 은 가격 조정의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가와 텍사스주 석유 기업 이사회 역시 새해 유가가 큰 폭으로 반등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2026년 미국 평균 유가가 배럴당 52달러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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