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實錄조조] 소설 연재 안내
본 소설은 현 정세의 사건들을 조조, 손권 등의 인물과 탁류파, 청류파 등의 가상 정치 세력으로 치환하여 재구성한 팩션(Faction)물입니다.
서라, 짐짓 '대의를 앞세우나' 실은 사사로운 이익과 권력을 좇는 자들을 탁류파(濁流派)라 칭하고, 그 반대편에서 '청명한 정치를 부르짖으나' 실은 권문세족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들을 청류파(淸流派)라 부르노라. 현재 탁류파는 여당인 주민당, 청류파는 야당인 민국의힘이니라. 조조(曹操)는 탁류파의 우두머리이자 대선을 통하여 대권을 잡은 당대 제일의 웅걸 명재이 대통령이다. 조조의 대적이자 청류파가 밀던 인물은 곧 강동의 호랑이라 불리던 손권(孫權, 열석윤 전 대통령)이었다.
때는 2026년 병오년(丙午年) 정월 초하루. 천하의 기운이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었다. 탁류파의 영수이자 대권의 주인인 조조(명재이 대통령)는 북악산의 정기가 서린 집무실에서 천하 대세를 가늠하는 지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한반도의 허리인 용인부터 남단의 해안선까지 붉은 먹줄이 길게 그어져 있었다.
조조는 가느다란 눈을 더욱 좁히며 엷은 입술을 떼었다.
"천하가 나를 간웅이라 부르든, 혹은 성장의 화신이라 부르든 상관없다.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갈 뿐이다. 내가 세상을 저버릴지언정, 세상이 나를 저버리게 하지는 않겠어."
그가 붓을 들어 지도 위에 큼지막하게 휘호한 글자는 바로 성장(成長)이었다. 지난 신년사에서 무려 마흔한 번이나 외쳤던 그 단어였다. 조조는 치세에는 능신이요 난세에는 간웅이라 평했던 허소의 말을 떠올리며 빙긋 웃었다. 지금은 바야흐로 경제 전쟁의 난세, 그에게 필요한 것은 유교적 명분이 아니라 백성의 배를 불릴 실리였다.
그 무렵 야당인 청류파(민국의힘)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청류파는 과거 손권(열석윤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수도권의 권위와 법도를 중시하고 있었다. 특히 손권이 공을 들였던 용인 반도체 산단은 청류파에게 있어 철옹성과 같은 성지가 바로 용인이었다. 삼성과 에스케이라는 거대 상단이 480조 전(錢)을 쏟아부어 10기의 거대한 장성을 쌓기로 한 곳이 아니던가.
하지만 조조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남쪽을 보았다. 호남과 영남, 에너지가 샘솟는 그곳에 새로운 반도체 벨트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세운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천도(遷都)에 버금가는 대역사였다.
조조가 좌우의 참모들을 불러 모아 말했다.
"보아라. 용인의 장성은 웅장하나, 그 성을 돌릴 전기가 부족하다. 전기는 남부의 신재생에너지라는 대지에서 솟아나거늘, 어찌하여 구태여 먼 길에 송전탑이라는 거추장스러운 다리를 놓으려 하는가? 이것은 병법의 기초인 지산지소(地産地消)를 어기는 일이다."
이때 탁류파의 장군 환성김(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나섰다.
"주군, 청류파의 반발이 거셉니다. 용인의 일상이 시장(민국의힘 출신)과 그곳의 유생들이 주군의 명을 가로막으며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미 세워진 계획을 뒤집는 것은 천하의 신의를 저버리는 일이라 선동하고 있나이다."
조조는 책상을 탁 치며 일어났다. 그의 눈에서 서릿발 같은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신의? 천하의 대세는 RE100이라는 거대한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 그 물길을 거스르는 자가 진정 신의를 저버리는 자다. 용인에 팹을 짓는 것이 조상의 묘를 지키는 것보다 중하단 말이냐? 나는 남부의 풍부한 바람과 햇빛을 반도체라는 병기(兵器)에 담아, 지방이 주도하는 새로운 삼국 통일을 이룰 것이다."
이것이 바로 조조가 설계한 5극 3특 체제의 핵심이었다. 서울은 경제의 심장으로, 중부는 행정의 머리로, 그리고 남부는 첨단 산업의 팔다리로 삼겠다는 국토 재구조화의 대계였다.
그는 문득 과거 관우를 떠나보내던 파릉교에서의 일을 회상했다. 기업들이 수도권이라는 정(情)에 이끌려 지방으로 내려가기를 꺼리는 모습이, 마치 주인을 찾아 떠나려는 관우와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조는 집착하지 않았다. 대신 더 큰 미끼를 던지기로 했다.
"기업들이여, 남쪽으로 눈을 돌려라. 그곳엔 저렴한 전기와 광활한 대지가 기다리고 있다. 분산에너지라는 이름의 보검을 내려줄 것이니, 그 검으로 세계 시장을 베어라."
조조의 이 발언은 즉시 천하를 뒤흔들었다. 청류파는 이를 두고 지방선거를 앞둔 수도권 탈취음모라며 맹비난했으나, 조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새만금의 조력발전과 호남의 태양광을 엮어 AI 실증도시라는 거대한 진지를 구축할 계획을 마친 상태였다.
조조는 다시 한번 지도를 보며 나직이 읊조렸다.
"천하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천하의 에너지를 손에 넣어야 한다. 용인의 팹 10기가 탐나긴 하나, 남부의 반도체 벨트야말로 나의 위나라를 영원케 할 만리장성이 될 것이다."
그의 신년사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청류파의 심장부를 겨눈 선전포고이자, 에너지를 기반으로 국토를 다시 그리겠다는 간웅 특유의 대담한 승부수였다. 2026년의 태양은 그렇게 조조의 야망 위로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조조는 붓을 놓으며 곁에 있는 아이패드에 기록된 국민성장펀드의 잔고를 확인했다. 백성들과 성장의 과실을 나누겠다는 그의 약속, 그것이야말로 그가 난세의 간웅에서 만세의 성군으로 기억되기 위한 마지막 한 수였다.
"이보게, 환 장군. 남부 반도체 벨트의 설계도를 더 세밀하게 그려오게. 이번에는 용적률뿐만 아니라 백성의 마음까지 담을 수 있는 그런 설계도 말일세."
조조의 웃음소리가 북악산 골짜기를 따라 남쪽으로, 저 멀리 에너지가 넘실대는 남부의 바다로 향하고 있었다.
조조가 신년사에서 밝힌 남부 반도체 벨트와 지방 주도 성장의 꿈은 이제 막 첫 삽을 떴을 뿐이다. 그가 과연 청류파의 반대를 뚫고 남부권에 거대한 반도체 제국을 건설할 수 있을지, 천하는 숨을 죽이며 그의 다음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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