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뚜안 씨(가명) 사망 진상규명 및 강제단속 중단 촉구 농성이 마무리됐다. 단속 주무부처인 법무부 측이 유족을 만나 뚜안 씨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단속 일변도 미등록 이주민 정책 개선을 약속한 데 따라서다.
해단식에서 고인의 아버지 부반숭 씨를 포함 농성을 함께해 온 이들은 앞으로도 뚜안 씨 죽음의 제대로 된 진상규명, 미등록 이주민 정책 변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고 뚜안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강제단속을 위한 대구·경북지역공동대책위원회와 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는 2일 서울 용산 구 대통령실 앞 농성장에서 농성 투쟁 해단식을 열었다.
농성장 한 켠에 놓인 뚜안 씨 영정은 딸이 추울까봐 아버지 부반숭 씨가 씌워놓은 목도리로 둘러싸여 있었다. 해단식 사회를 맡은 박희은 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 집행위원은 부반숭 씨가 이날 아침부터 딸의 영정에 핫팩을 대고 서 있었다고도 했다.
연단에 선 부반숭 씨는 "지난 67일 동안 저희 가족에게는 참으로 힘들고 버거운 시간이 이어졌다"며 "사랑하는 딸을 잃고 가장 아프고 외로웠던 순간들 속에도 여러분은 저희를 외면하지 않으셨고, 손을 잡아주시고 함께 걸으며 저희 가족의 슬픔을 나누어 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여러분의 연대와 따뜻한 마음, 그리고 행동은 한 개인과 한 가족의 아픔을 넘어 인간의 존엄과 노동자의 권리라는 이 사회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가치가 무엇인지를 저에게 다시 한번 깊이 일깨워 줬다"고 밝혔다.
부반숭 씨는 "이 길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여러분과 함께였기에 저희는 다시 한번 걸어갈 용기를 얻을 수 있었고 저희 딸 뚜안의 영혼이 어느 정도 위로를 받고 평안히 안식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이어 "진실이 밝혀지고, 이와 같은 아픔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 사회로 나아갈 때까지 저희는 기억하고, 끝까지 함께 하겠다"며 "앞으로도 계속 곁에서 함께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유족 대리인, 농성단 상황실장 등을 맡았던 김희정 금속노조 대구성서공단지역지회장은 뚜안 씨가 숨진 10월 28일 이후 "어머니와 아버지께서는 '죽음의 진상을 밝혀달라'고 요구하셨고, '다시는 뚜안과 같은 죽음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계속 강조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부족하지만 며칠 전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장이 머리를 숙여 사과했다"면서도 "그것이 아버지에게 어떤 위로가 되겠나. 죽은 딸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라고 안타까워했다.
김 지회장은 그럼에도 부반숭 씨는 "뭔가를 바꿔야 한다면 뭐라도 하겠다", "불러만 주면 어디든 달려 가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미등록 이주민의 죽음을 멈추기 위한 싸움은 "이제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해단식에 온 50여 명의 참가자도 이날 투쟁결의문을 통해 단속 일변도 미등록 이주민 정책 중단을 위한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먼저 "법무부 측은 유가족과 농성단을 만나 사과를 표명했고, 유가족 체류 보장, 현재와 같은 미등록 이주민 강제단속 정책 일부 변경 및 논의 테이블 구성 검토, 자료제공 검토 등을 밝혔다"고 이번 싸움의 성과를 짚었다. 다만 진상규명 및 단속정책 전환과 관련한 "요구의 온전한 수용, 책임을 인정한 사과는 아니었다"며 "우리는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한 과제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더욱 힘을 모으고 연대를 넓혀 남은 진상규명과 강제단속 중단 과제를 현실화"할 것이라며 정부에 △뚜안 사망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 △윤석열 정부 시기 세워진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 폐기 △미등록 이주민 체류권 보장 정책 수립 등을 촉구했다.
앞서 뚜안 씨는 정부의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피하다 지난해 10월 28일 숨졌다. 2019년 유학생 비자(D-4)로 입국한 그는 대학 졸업 뒤 구직 비자(D-10)로 한국에 체류 중이었고, 해당 비자의 직업 제한으로는 전공을 살린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자동차부품업체에 취업해 있었다.
사망 직전 뚜안 씨는 단속을 피해 3층 높이 에어컨 실외기 보관소에 3시간 가량 숨어 있었다. 그러면서 친구에게 '나는 숨어 있어. 무서워. 지금 8명이 잡혔다고 해. 조금 전 내가 있는 곳으로 출입국이 왔어. 너무 무서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할게'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부반숭 씨는 이후 노동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딸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강제단속 정책 중단을 요구하며 오체투지, 서울 용산 구 대통령실 앞 농성 등을 이어왔다.
뚜안 씨 사망 64일 만인 지난달 31일, 법무부 관계자와 단속 책임자인 이상한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장이 유족을 찾아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이들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중단 요구에는 "당장 중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안전과 인권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외국인 단속 관련 정책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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