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성인인데도 키 10㎝ 이상 크게 해준다는 약도 팝니다. 광고만 보면 못 고치는 병이 없을 정도예요."(네이버 한 커뮤니티의 이용자 글)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에 소비자를 현혹하는 허위·과장 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가짜 의·약사까지 등장해 전문가 행세를 하면서 광고인지 사실인지 알기가 더 어려워졌다.
이런 이유로 인터넷상에는 거짓으로 보이는 광고가 어떻게 계속 노출되는지를 묻는 글이 적지 않다.
허위·과장 광고가 온라인에 범람하는 이유와 정부 부처와 온라인 플랫폼 등의 대응책, 이런 광고들로 인한 피해를 막는 방법 등을 살펴봤다.
팔뚝에 감고만 있어도 살 빠진다고?…판치는 가짜 광고
온라인에는 말 그대로 가짜 광고가 '판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이버 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의 허위 광고로 피해를 봤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가령 일종의 필름을 얼굴에 붙였다 떼어내면 기미가 떨어져 나온다는 '기미 패치'나 팔뚝에 감고만 있으면 살이 저절로 빠지는 '팔뚝살빼기 밴드' 등의 광고를 보고 해당 제품을 구입했지만 효과를 못 봤다는 후기부터 의류나 잡화류 등을 1+1이나 할인가로 제공한다는 광고에 넘어가 구입했으나 아예 물건 배송을 받지 못했다는 글까지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넘친다.
식·의약품으로만 한정해도 온라인 부당 광고 적발 건수는 연간 10만건에 이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4년 온라인 식·의약품 등 부당광고 적발 현황은 9만6천726건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1~9월에만 벌써 6만8천952건이 적발됐다.
이는 적발된 건수만 집계한 것인 만큼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식약처나 소비자원 등 관련 부처와 기관이 부당 광고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나 인력 부족 등으로 적발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뿌리면 몇 달 만에 머리카락이 풍성해졌다거나 발톱에 바르면 발톱 무좀을 뿌리 뽑아 준다는 광고 등 탈모와 무좀 광고가 온라인상에 크게 노출됐다.
이에 따라 식약처가 지난 11월 24일부터 3주간 집중 단속을 벌여 부당광고 총 376건을 적발하기도 했다.
적발된 광고를 들여다보면 탈모 레이저나 무좀 레이저 등 의료기기를 불법으로 해외에서 직접 구매(직구)하는 광고가 226건, 화장품을 의약품인 것처럼 오인하도록 하는 광고가 77건이었다.
여기에 AI 기술까지 더해지며 가짜 의사나 약사 등 전문가를 등장시켜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외품, 화장품, 의료기기 등의 효능을 허위로 광고하는 행태가 빈발하고 있다.
사전 심의 부재에 인력 부족…가짜 AI 의사는 '규제 공백'
온라인상에 가짜 광고가 무분별하게 나오는 이유는 사전 심의 등의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지상파TV 등과 달리 유튜브는 부가통신사업자로 등록돼 있어 방송사 등이 따르는 광고 심의 규정을 피할 수 있다.
또 현행법상 의사가 제품의 효능·효과를 광고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으나, AI로 생성된 '가짜 의사'에는 이러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온라인 허위·과장광고에 대해 사후 적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선 정부 부처들은 주요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과 업무협약(MOU) 등을 맺고 있다.
식약처는 국내 관련 협회 3곳, 플랫폼 기업 33곳과 MOU를 체결해 협력하고 있다
각 플랫폼도 광고 관련 정책을 세워 광고 생태계에 유해한 콘텐츠는 게재를 금지하고 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유튜브 광고와 관련, "광고에 대한 내부 지침이 있으며 이를 위반하는 광고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제재를 가하고 있다"면서 "사용자가 봤을 때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바로 신고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2024년 전 세계에서 51억개 이상의 지침 위반 광고를 차단·삭제하고 3천920만개 이상의 광고주 계정을 정지했다고 구글코리아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를 통해 온라인상의 허위·과장 광고 등을 심의하고 플랫폼사에 시정을 요구해 관련 광고를 삭제하거나 해당 주소로 접속을 차단하는 등의 조치도 같이하고 있다.
방미심위의 통신심의 의결 현황을 보면 지난해 상반기에만 불법 식·의약품과 관련해 2만2천753건을 심의하고 이 가운데 2만2천750건에 시정 요구를 했다. 삭제가 1만5천836건, 접속 차단이 6천757건에 이른다.
그러나 인력 부족과 절차상의 문제 등으로 광고 확산 속도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라고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각 부처가 모니터링팀을 가동 중이나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예컨대 식·의약품, 화장품 분야의 온라인 허위·과장 광고는 식약처가 모니터링하고 있으나 관련 인력은 20~25명 수준이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는 물론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허위 과장광고 여부 모니터링까지 겸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모든 제품과 광고를 다 들여다볼 수는 없기 때문에 기획 단속 식으로 그때그때 유행해 이슈가 되는 제품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면서 "그렇다 보니 그사이에 또 다른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눈에 띄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의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AI 등을 활용한 시장 질서 교란 허위·과장광고 대응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개한 '식약처 차단 요청 건에 대한 방미심위 평균 소요 기간'을 연도별로 보면 2024년에는 52.1일, 지난해(1~5월)는 26.4일이 각각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심의 요청 증가와 방미심위 위원 구성 지연 등에 따른 것으로, 2025년 6월 4일 이후에는 위원 구성 결원으로 심의가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이에 따라 내년 하반기에 관련 법을 개정해 긴급한 사안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직접 플랫폼사에 시정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별개로 식·의약품 등의 부당 광고에도 서면(전자) 심의제도를 도입, 방미심위가 24시간 이내 신속하게 심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 AI로 생성된 광고 등에 대해 AI 생성물 표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단속엔 근본적 한계…소비자 경각심 필요
이런 조치에도 허위·과장 광고 단속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광고가 범람하는 데다 제재가 내려지면 광고업자들이 이를 피해서 더 교묘하게 광고하는 식으로 상황에 대응하기 때문이다.
가령 광고가 삭제되면 다른 명의나 새로운 인터넷 주소(URL)를 이용해 다시 광고를 시작해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모니터링이 느슨한 밤이나 주말 같은 시간대에 광고하고 빠지는 등의 방식이 만연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방미심위를 통해 해당 광고를 내린 지 하루 만에 같은 영상이 다시 올라온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플랫폼 회사도 이런 수법의 진화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구글은 '2024 광고 안전 보고서'에서 "(광고) 정책 위반자들은 탐지망을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수법을 바꾼다"면서 최신 대형 언어모델(LLM)의 정교함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와 모델 성능 향상을 위한 50개 이상의 기술적 업데이트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잠재 고객군을 파악해 타겟팅하는 광고 기법이 만연해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화장품은 의약품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의학적 효능·효과를 표방하는 광고에 현혹돼서는 안된다고 식약처는 강조했다.
'무릎 관절 통증에 ○○로션을 바르라'든가 '△△ 크림을 마사지하듯 복부에 바르면 지방 연소 효과가 있다' 등 의약품이 아닌데 의약품인 것처럼 홍보하는 효과 사례는 믿어선 안 된다.
또한 해외 직구로 구매한 의약외품이나 의료기기는 안전성과 유효성 등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정식 수입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온라인에서 의료기기나 화장품, 의약외품을 구매한다면 '의료기기안심책방'이나 '의약품안전나라 우리집' 등에서 사전에 확인 후 구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AI를 이용해 유명인이나 방송사 뉴스 등에서 소개된 것처럼 조작하는 사례는 물론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공식 서비스인 것처럼 광고하는 경우도 있어 정부 기관 표시 등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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