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설날에 가래떡을 썰어 넣은 '떡국'을 먹으며 무병장수를 빈다. 끝없이 길게 뽑아낸 가래떡의 생김새처럼 명이 길게 이어지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또한 떡의 새하얀 빛깔은 지난 한 해의 일을 깨끗이 씻어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자는 청렴한 다짐을 보여준다. 엽전과 비슷하게 동글동글한 모양으로 썬 떡 조각들은 집안에 재물이 넉넉히 들어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뜻하기도 한다.
이렇듯 새해의 복을 비는 마음은 세계 어느 곳이나 한결같다. 우리에게 떡국이 으뜸이라면, 지구촌 곳곳에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 돼지 발로 만든 소시지 등 이색적인 음식들이 가득하다. 나라마다 식탁에 올리는 메뉴는 다르지만, 그 속에는 한 해가 무탈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오롯이 깃들어 있다. 지금부터 국경을 넘어 각 나라가 새해 첫날 정성껏 준비하는 음식 4가지를 살펴본다.
1. 중국의 쟈오쯔, '해가 바뀌는 길목에서 복을 빚다'
중국은 춘절이라 불리는 설에 '쟈오쯔'라는 만두를 빚는다.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시점인 자정부터 이 음식을 먹기 시작하는데, 이는 '해가 바뀌는 교차점'이라는 말과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밀가루 반죽 안에 고기와 채소를 가득 채워 만드는 이 만두는 복이 몸 안으로 가득 들어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중국인들은 이 음식을 먹으며 귀와 입이 열려 복이 들어온다고 믿는다. 만두의 모양이 옛날 화폐와 비슷해 재운을 불러온다는 뜻도 담겨 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정성스레 만두를 빚는 과정은 지난 한 해의 묵은 감정을 털어내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해를 맞이하려는 그들만의 소중한 의식이다.
2. 일본의 오세치, '찬합 속에 차곡차곡 쌓은 행운'
일본은 양력 1월 1일이 되면 '오세치'라 불리는 요리를 차린다. 층층이 쌓인 찬합 안에 여러 식재료를 조려 넣어 만드는데, 재료 하나하나마다 깊은 뜻이 숨어 있다. 예컨대 검은콩은 몸을 튼튼하게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새우는 허리가 굽을 때까지 무병장수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뜻한다.
또한 연근은 구멍을 통해 앞날이 훤히 내다보이는 지혜를, 밤은 재물이 넉넉해지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 오세치 요리는 새해 초반 며칠 동안 두고 먹을 수 있도록 조림이나 튀김 위주로 구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새해 첫날만큼은 불을 사용하지 않고 조용히 휴식하며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는 배려가 섞인 풍습이기도 하다.
3. 이탈리아의 코테키노 콘 렌티키에, '동전 닮은 콩으로 재물운을 빌다'
이탈리아인들의 식탁에는 돼지 발로 만든 소시지와 렌틸콩을 함께 요리한 '코테키노 콘 렌티키에'가 오른다. 이탈리아에서 돼지는 풍요로운 삶을 뜻하며, 동글동글하고 납작한 렌틸콩은 옛 금화와 모양이 닮아 재운을 불러온다고 믿는다. 돼지 발의 뼈를 발라내고 살코기를 잘게 썰어 만든 소시지에 채소와 향신료를 넣고 볶은 콩을 곁들여 먹는다.
이 요리는 집안에 금전적인 여유가 넘치기를 바라는 이탈리아인들의 소박한 기도가 담긴 접시다. 기름진 돼지고기와 콩을 함께 섭취하며 다가올 한 해의 힘을 얻으려는 지혜도 엿보인다. 화려한 잔치가 아니더라도 식탁 위에 오른 작은 콩알들을 보며 풍요로운 내일을 꿈꾸는 것은 이탈리아인들이 새해를 맞이하는 즐거운 방식이다.
4. 그리스의 바실로피타, '빵 속에 숨겨진 행운의 동전 한 닢'
그리스인들은 새해 첫날 아침 '바실로피타'라는 빵을 구워 커피와 함께 즐긴다. 카스텔라처럼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이 빵 안에는 아주 작은 동전이나 행운을 빌어주는 장신구가 숨겨져 있다. 가족들이 모두 모여 앉아 빵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먹는데, 이때 자기 조각에서 동전이 나오는 사람은 일 년 내내 행운이 가득할 주인공으로 여겨진다.
이 과정은 그저 배를 채우는 식사 시간을 넘어, 가족들이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며 한 해의 복을 점쳐보는 정겨운 풍습이다. 동전을 찾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빵을 베어 무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그리스 가정의 새해 아침을 알리는 소리이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 풍습은 소박한 빵 한 조각에 담긴 나눔의 미덕과 내일에 대한 희망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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