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미지 않아 더 매력 있다"…홍제동, Y2K 감성의 로컬상권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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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미지 않아 더 매력 있다"…홍제동, Y2K 감성의 로컬상권 재조명

르데스크 2026-01-02 13:38:13 신고

서울 서대문구 홍제역 일대가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동네 전체가 Y2K 감성'이라는 평가와 함께 새로운 로컬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화려한 콘셉트나 상업적 기획을 앞세운 유행 상권과 달리 홍제동은 오랜 세월 누적된 생활 공간의 결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자연스럽게 형성된 레트로 분위기가 특징이다.

 

2000년대 초반을 떠올리게 하는 간판과 골목, 소규모 상점의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이러한 일상적 장면이 SNS를 통해 감성적 이미지로 소비되면서 의도치 않게 레트로를 대표하는 감성적인 동네로 불리고 있다. 지역 주민의 기억과 생활 문화, 그리고 시간이 만든 정체성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다른 상권과 차별화된다.

 

생활이 만든 로컬의 시간성…홍제동 골목에 쌓인 '자연스러운 Y2K 감성'

 

홍제동은 오래전부터 주거 중심지로 발달해 온 지역이다. 홍제역을 중심으로 골목길마다 4~5층 규모의 소규모 건물과 오래된 상가, 저층 빌라가 촘촘히 들어서 있으며 대규모 개발이 진행된 다른 지역과 달리 급격한 변화보다 완만한 시간의 흐름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외부 방문객 위주의 상권이 형성된 연희동·홍대와 달리 홍제동 상권은 지금까지도 '생활 기반 로컬 상권'의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홍제동 상권에 자리잡고 있는 가게 대부분은 오랜 단골 손님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세월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더해지면서 특유의 레트로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러한 흐름은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로도 확인된다. 인스타그램에 '#홍제동'을 검색하면 약 7만8000만개의 해시태그를 확인할 수 있다. '#홍제역'은 약 2만8000만개의 게시물이 검색된다. '#홍제동맛집'은 4만1000개, '#홍제동카페'는 1만8000개, '#홍제동네일'은 2만1000개, '#홍제동애견카페'는 1만개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해시태그들이 가득하다.

 

특히 상점과 공간의 외형이 대대적으로 리모델링되지 않은 채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2000년대 초반 대중문화 특유의 색감과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일부 상점은 간판과 외관, 내부 배치까지 과거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이를 '의도하지 않은 Y2K 감성'으로 받아들이는 젊은 세대 방문객이 늘고 있다.

 

홍제동을 대표하는 장소 가운데 하나인 '유진상가'는 이런 분위기를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이다. 1970년대 홍제천 복개 구간 위에 조성된 이 건물은 상가와 고급 아파트를 결합한 복합 형태로 당시 지역의 중심 상권으로 기능했다. 한때 '서대문구의 타워팰리스'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위세를 자랑했지만 이후 대형 상권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상업적 중심성은 다소 약화됐다.

 

현재 유진상가 일대에는 식당·미용실·편의점·문구점 등 생활형 상점이 밀집해 있는데 이 공간이 다시 젊은 세대의 발길을 끄는 '로컬 레트로 공간'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오래된 간판과 건물 외벽, 내부 공간이 가진 물성은 상업적 연출 없이도 과거의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시각적 요소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레트로 콘셉트'를 차용한 다른 상권과 달리 생활 역사가 축적된 공간만이 갖는 분위기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이러한 분위기는 최근 홍제동 골목 곳곳으로 확장되고 있다. 과거 이발소 건물을 리모델링한 식당, 옛 간판을 그대로 유지한 카페, 단골 위주의 소규모 술집 등은 외관에서는 레트로 이미지를 품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현대적 편의성과 감각을 더해 세대 간 이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청년층뿐만 아니라 자녀를 둔 가족 단위 방문객까지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것도 이러한 공간적 균형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옛날 미용실부터 동네 로컬들만 방문하는 곳까지…홍제동 주민 사로잡은 곳은

 

▲ 홍제역 주변에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은 홍제역 4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식당의 모습. ⓒ르데스크

  

홍제동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단순히 오래된 공간이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을 오랜 기간 지켜온 주민들의 관계망과 생활문화가 더해지며 장소에 대한 애착과 공동체 정체성이 유지되고 있다. '로컬들만 아는 술집'으로 통하는 소규모 선술집은 화려한 홍보를 하지 않음에도 저렴한 가격과 편안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외관이 낡은 작은 우동집 또한 대표적인 사례다. 간판 대신 손글씨가 새겨진 벽면, 투박한 출입문과 달리 내부에는 손님이 남긴 포스트잇과 메모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사장이 손님을 기억하고 말을 건네는 관계 중심의 운영 방식은 식당을 단순 소비 공간 이상의 이웃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통한다.

 

친구와 함께 방문해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던 한 손님이 계산을 마치자 사장님은 "힘든 일은 다 여기 두고 가라"며 귤과 음료수를 건네기도 했다. 또 다른 손님이 다음 학기부터 재학 중인 대학교 인근으로 이사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사장님께 알리면서 "이사 가기 전에 꼭 마지막으로 들르고 싶었다"며 아쉬운 인사를 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젊은 세대에게는 낯선 매력으로, 중장년층에게는 '기억을 환기시키는 정서적 공간'으로 다가가면서 세대 간 공유가 가능한 감성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빠른 개발과 상업화 속에서 사라진 '이웃의 정'이 홍제동에서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 동네 주민에게 오랜기간 사랑을 받고 있는 식당의 모습. ⓒ르데스크

 

오랜 기간 홍제동에 거주한 주민들 역시 이 지역의 가장 큰 매력으로 '변하지 않은 풍경'을 꼽는다. 대규모 재개발이 진행되지 않은 채, 세탁소·식당·소상점이 동네 기반시설로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도시 환경의 균질화를 거부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주민은 향후 재개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가능한 한 지금의 동네 분위기가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홍제동 주민 김병훈 씨(63·남)는 "홍제역 주변은 동네 자체는 오래됐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신축 아파트 단지가 거의 없을 정도로 세탁소나 식당 등 옛날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곳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는 이 일대도 재개발이 되겠지만 그전까지는 지금처럼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동네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홍제동은 의도적 기획이나 상업적 재생 프로젝트가 아닌 세월의 흔적과 생활의 지속성이 만들어낸 로컬 상권의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자연스럽게 남아 있는 Y2K 감성과 주민 공동체의 관계망이 공존하는 이곳은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한복판에서 추억을 떠올리는 레트로 감성의 인기 요인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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