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국민연금, 환헤지 더 하고 해외 투자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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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국민연금, 환헤지 더 하고 해외 투자 줄여야"

이데일리 2026-01-02 11:53: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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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국내 시장이 나쁘고 구조조정이 안 돼서 우리 성장률이 낮아져서 해외로 (자금이) 나간다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국민연금이 ‘큰 손’이 된 후에는 국민연금이 나감으로써 국내 시장이 커질 수 없는 구조가 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일 한은 시무식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제는 국민연금이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할 시기가 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 “‘큰 손’ 국민연금 국민 경제 전체 영향 생각해야”

이창용 총재는 “국민연금 때문에 환율이 오른다고 탓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바뀌었다”며 “국민연금이 처음 해외 투자를 시작하려 했을 때 투자 다변화 측면에서 적극 지지했던 사람 중 하나지만, 이제는 그 규모가 너무 커지면서 국민 경제와 외환시장에서 큰 손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거시적인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최적(옵티멀)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맞지 않다”면서 “거시적인 영향을 고려해서 지금보다는 환 헤지(위험 분산)를 더 많이 하고 해외에 나가는 것을 줄이는 것이 맞다”고 했다.

△연금의 기금 운용 규모가 일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가 이익이 아니라 실제 수익률을 어느 정도 확정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 △연금이 해외 투자를 확대할 때는 환율 상승 압력을, 연금 지급을 위해 국내로 들여올 때는 환율 하락 압력을 준다는 점 △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가 다른 경제 주체들에도 영향을 주면서 국내 시장의 위축될 가능성 등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총재는 해외 연기금도 20~30% 정도는 환 헤지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캐나다 연금이 환 헤지 비율이 0%라고 인용을 많이 하는데, 거긴 달러 표시 채권을 20% 정도 발행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헤지를 하는 셈”이라며 “규모가 클수록 환 위험을 헤지하지 않는 곳은 없다”고 역설했다.

이날 발표한 신년사에서도 이 총재는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관련 방침과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했다. 신년사는 이 총재가 가장 신경을 쓰는 연설문 중 하나로 매년 집중해야 할 메시지를 ‘꾹꾹’ 눌러 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현재 환율 수준이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에 비해 높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성장률 하락 등의 영향이 있지만 최근 3년 간을 봤을 때 단기적으로는 국민연금 등 내국인 해외 투자 증가가 수급상 원화 가치 절하 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신년사에서 “외환시장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조차 국민연금은 달러를 정해진 계획에 따라 기계적으로 매입하고 외환당국은 환율을 관리하기 위해 달러를 매도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원칙이 대내외 적으로 공개되다 시피 돼 있는 상황에서 경직적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 추이. (자료= 엠피닥터)




◇ “내국인 기대가 환율 끌어올려…정책 환경 변화 적극 소통”

이 총재는 또 국내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이 ‘환율이 오를 것’이란 생각이 너무 강하게 형성돼 있다는 점이 최근 원화 가치 절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투자은행(IB)을 포함해 해외에서는 현재 우리 환율 수준을 너무 높다고 생각하고, 올해 전망에서도 1400원대 초반 정도를 보고 있다”며 “지금 환율의 문제는 내국인 기대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환율 상승 전망의 바탕에는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와 대미 투자 증대 등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연간 200억달러 상한의 대미 투자에 대해선 “기계적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다. 한은이 (외환시장 영향 등을 고려하면서) ‘금고지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통화정책 관련 시장과의 소통을 활발하게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총재는 “지금 굉장히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이지만 (정책 환경에) 변화가 있다고 생각할 때는 이야기 하겠다”며 “시장과의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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