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직장인의 연간 근로시간이 주요 선진국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인 가운데, 노동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른 Z세대가 현행 연차 휴가 제도에 대해 명확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단순히 '노는 날'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업무 성과와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휴식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Z세대 3,2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차 휴가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현재보다 연차 일수를 더 늘려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수준이 적당하다는 의견은 31%였으며,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2%에 불과했다.
주목할 점은 연차 확대를 원하는 명분이다. 가장 많은 52%의 응답자가 '업무 효율 상승'을 1순위로 꼽았다. 이어 번아웃 및 과로 예방(16%), 타 국가 대비 짧은 휴가 일수(15%), 장시간 노동 문화 개선(7%) 등이 뒤를 이었다. 과거 세대가 휴가를 업무의 중단으로 여겼다면, Z세대는 휴가를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재충전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연차 유지나 축소를 주장하는 이들은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성과급이나 임금 등 금전적 보상이 더 중요하다(27%)'는 의견이 가장 높았으며, 업무 몰입 저하 우려(23%)나 동료에게 미칠 피해(13%) 등 조직 운영 측면의 현실적인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사용 연차를 처리하는 방식에서도 흥미로운 변화가 포착됐다. 당장의 현금 보상(43%)보다 나중에 몰아서 쓸 수 있는 '연차 저축(57%)'을 선호하는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는 연차를 단순한 부수입원이 아닌, 장기적인 삶의 질을 결정하는 '휴식 자산'으로 관리하려는 성향을 보여준다.
실제로 연차가 늘어날 경우 이들은 국내외 여행(56%)을 가장 많이 계획했으며, 취미 생활(20%), 자기계발(20%), 개인 용무(20%) 등에도 고른 관심을 보였다. 단순 휴식과 재충전(18%)에 그치지 않고 본인의 가치를 높이는 시간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전문가들은 연차 제도의 정량적인 확대만큼이나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 조성이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진학사 캐치 김정현 본부장은 "Z세대는 단순히 숫자가 늘어나는 것보다 눈치 보지 않고 연차를 사용할 수 있는 존중받는 문화를 원한다"며 "휴가 중 업무 연락 자제 등 온전한 단절이 보장되는 근무 환경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연차 제도를 비용이나 손실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인재 경쟁력을 확보하고 조직의 장기적인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 관점에서 재설계할 시점에 직면한 셈이다. 노동 강도가 높은 스타트업이나 IT 업계일수록 이러한 '휴식의 질'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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