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상처를 안고 빙판을 떠났지만 김보름의 이름은 여전히 여론의 중심에 있다.
현역 은퇴를 공식 선언한 이후에도 일부 온라인 공간에서는 그를 향한 차가운 반응이 여전히 이어지면서, 그가 겪어야 했던 논란과 상처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은퇴 소식 자체보다도 과거 사건에 주목이 쏠리는 중이다. 김보름에 대한 잘못된 평가와 시선도 아직 존재한다.
김보름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를 통해 현역 은퇴를 직접 알렸다.
그는 "11살에 처음 스케이트를 시작해 2010년부터 2024년까지 국가대표로 얼음 위에 서며 제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올해를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를 결정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진 은퇴 소회에는 지난 시간의 무게도 담겨 있었다.
김보름은 "그 여정이 늘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기쁨의 순간도 있었지만, 말로 다 담기 어려운 시간들 또한 지나왔습니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버거웠던 날들도 있었고, 다시 일어서야 했던 순간들도 있었습니다"라고 적었다.
특정 사건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평창 올림픽 당시 겪었던 논란과 이후의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또 "많은 어려움과 좌절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로 기억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라며 담담하게 글을 맺었다.
1993년생인 김보름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평창 대회에서 매스스타트가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평소 종목에서 강점을 보이던 김보름은 박지우와 함께 대표로 출전했다.
그러나 대회 초반 열린 여자 팀추월 경기 이후 그를 향한 시선이 달라졌다. 경기 과정에서 김보름과 박지우가 앞에서 레이스를 이어가고, 노선영이 뒤처진 장면이 중계되면서 '왕따 주행' 논란이 불거졌다.
팀추월은 세 명이 한 팀을 이뤄 순위를 다투는 종목으로, 당시 주행을 두고 동료를 고의로 따돌렸다는 비판이 확산됐다.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일부 방송 중계에서는 김보름의 책임을 강조하는 해설이 이어졌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하며 대회 도중 퇴출 요구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노선영이 인터뷰를 통해 "김보름이 따로 훈련하는 등 특별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평창 이후에도 논란의 그림자는 길게 이어졌다. 김보름은 정신적 충격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동안 '팀추월은 더는 못하겠다'고 호소한 사실도 알려졌다.
결국 그는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2020년 11월 노선영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일부 승소를 통해 김보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팀추월 주행이 정상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노선영이 훈련 과정에서 김보름에게 욕설을 하는 등 괴롭힌 사실이 인정된다며 '노선영은 김보름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2023년 5월 최종 확정되면서, 김보름은 5년 만에 '왕따 가해자'라는 꼬리표를 법적으로 벗게 됐다.
법적 판단으로 명예를 회복한 뒤 김보름은 선수로서의 길을 이어갔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매스스타트에서 5위를 기록했다.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을 오가며 한국 여자 중장거리의 한 축을 담당했다.
은퇴를 앞두고 그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 새로운 활동에도 나서며, 빙상 밖에서도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왔다.
그러나 평창 올림픽 당시 60만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김보름의 빙상 대표팀 퇴출을 요청한 기세는 아직도 존재한다.
그의 은퇴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온라인에선 그에 대한 차가운 반응과 잘못된 인식을 쏟아내고 있다.
"왕따는 아니었다고 해도 파벌 싸움은 있었던 것 아니냐. 그래놓고 당당한 척 하는 건 아니지 않나", "경기 후 인터뷰 표정만 봐도 인성을 알 수 있다. 왕따 시켜놓고 통쾌한 표정,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그런 표정은 안 나오지", "팀추월인데 팀플레이를 안하네" 등의 반응도 여전히 존재했다.
해당 반응들에는 적지 않은 수의 '좋아요'도 달렸다.
법원이 김보름의 결백을 증명했음에도 이를 수긍하지 못하는 이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현역 은퇴라는 선수 인생의 마침표 앞에서도 과거 논란을 다시 꺼내는 시선은 김보름이 감내해야 했던 사회적 부담이 얼마나 길고 깊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10년 가까이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으로 활약했던 김보름은 결국 빙판을 떠났다.
은퇴 인사에서 그는 억울함을 직접적으로 호소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은퇴 이후에도 싸늘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김보름 인스타그램 / 엑스포츠뉴스 DB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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