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가 전기차 캐즘으로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면서 배터리사 성장 전략에도 차질을 빚게 된 셈이다. 당장 완성차 업체의 공급 계약 해지로 위탁생산 중심의 구조적 리스크가 두드러졌고, 이는 어렵게 쌓아 올린 실적을 흔들었다. 여기에 중국발 저가 공세가 더해지며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위기를 벗어날 돌파구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략,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속도전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제는 각사의 전략으로 경쟁력을 보여줄 때다. <편집자주>편집자주>
【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SK온이 캐즘 극복을 위한 기초 체력 확보에 나섰다. ‘SK온 배터리는 파우치형’이라는 공식을 깨고 각형·파우치형·원통형 3대 폼팩터를 모두 개발하며 시장 대응 능력을 높이는 한편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법인을 청산하고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정 일부를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전환하는 등 운영 효율화를 추진했다.
1일 SK온에 따르면 최근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해체하고 켄터키와 테네시 공장을 각각 독립적으로 소유·운영하기로 했다. 블루오벌SK는 당초 포드 전기차에 탑재할 배터리를 주로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포드가 전기차 캐즘과 미국 정책 변화로 전동화 전략을 수정하면서 결별하게 됐다.
SK온은 테네시 현지 수요에 집중해 고객을 다시 모아보겠다는 전략이다. SK온 관계자는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자산과 생산 규모의 전략적 재편”이라며 “45GWh 규모의 테네시 공장에서 전기차용 배터리와 ESS 공급을 추진해 북미 시장에서 수익성 중심의 내실화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즉각적인 실적 개선을 이끌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12월 낸 보고서에서 “ESS 시장에서의 물량 확보 효과가 2026년까지는 전기차 물량 감소를 보완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력 사업인 배터리 부문의 실질적인 실적 개선이 수반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SK온의 실적은 부진했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부문 매출은 2025년 3분기 기준 1조8079억원, 영업손실은 1248억원으로 집계됐다.
SK온은 업황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ESS 사업을 돌파구로 삼았다. 특히 미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현지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조지아 공장에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고, 테네시 공장도 일부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시장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파우치형에 집중했던 폼팩터도 다변화했다. 지난해 3월 ‘인터배터리 2025’에서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단방향·양방향 각형 배터리를 전시했다. 기존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기술을 적용해 수명을 극대화한 장수명 LFP 배터리도 함께 선보이며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ESS 사업에 힘을 실으려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2024년 12월 ESS사업실을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격상했고, 연구개발(R&D)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ESS솔루션&딜리버리실을 신설했다. 지난해 말에는 ESS운영실과 ESS세일즈실을 추가로 신설하며 ESS 전담 조직을 한 단계 세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 에너지 개발’과 1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6.2GWh 규모 ESS 공급에 대한 우선 협상권을 확보했다. 북미 ESS 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다.
SK온 관계자는 “플랫아이언이 추진하는 매사추세츠주 프로젝트에 LFP 배터리가 탑재된 컨테이너형 ESS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라며 “이외에도 다수 고객과 10GWh 이상 규모의 ESS 공급 계약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온은 ESS 시장에 경쟁사보다 늦게 진입했지만, 기술 차별화를 기반으로 돌파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합병한 SK엔무브의 액침냉각 기술을 셀투팩(CTP) 기술과 결합해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액침냉각은 절연 냉각유를 배터리 팩 내부에 직접 순환시켜 열을 효과적으로 방출하는 방식이다. 배터리의 온도 상승을 억제하고 화재 위험을 낮출 수 있고, 급속 충전 시 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배터리 수명 연장에도 도움이 된다.
SK온 관계자는 “액침냉각 외에도 화재 위험 신호를 조기 감지하는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 열확산·폭발 방지 솔루션 등의 기술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따라오기 어려운 고품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차세대 배터리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한다. SK온은 고분자-산화물 복합계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특히 기술적 난이도가 높지만 성능이 우수한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생산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전 미래기술원의 파일럿 플랜트를 올해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SK온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2030년에서 2029년으로 1년 앞당겼다”며 “에너지 밀도 800Wh/L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장기적으로는 1000Wh/L까지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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