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리 황 대만 디지타임스 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이데일리 본사에서 진행한 본지 인터뷰에서 중국이 전기차, 반도체 등 기술 패권을 쥐기 위해 나서고 있는 데 대해 이같이 경고했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 정책을 통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함부로 맞서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냉정한 분석이다. 그가 꼽은 중국이 ‘잘 나가는’ 분야는 인공지능(AI), 전기차, 드론 등이다.
디지타임스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대만 TSMC의 창업자 모리스 창이 설립에 참여한 세계 최대 반도체 전문 미디어·연구기관이다. 황 회장은 4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글로벌 산업 분석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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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장기 정책으로 위협…반도체는 아직 후발주자”
미국 정부가 대중 제재 수위를 높이면서 중국 기업들은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내재화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메모리를 양산하려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필수적인데, 중국에 대한 EUV 수출이 차단되면서 중국 기업들은 자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 역시 전폭 지원을 통해 자립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황 회장은 “중국은 기본적으로 시장 규모가 큰 데다, 정부에서 10~15년 단위의 장기 정책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중국이 양산 능력을 습득하면 최고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전기차, AI 등에서 앞서나가는 것에 비해 첨단 반도체는 아직 뒤처져 있다고 평가했다. 황 회장은 “중국의 경우 엣지 컴퓨팅(데이터 처리를 기기와 가까운 위치에서 수행하는 기술), 드론, AI 등에서는 기회가 많다”면서도 “반도체는 아직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고 했다.
황 회장은 또 TSMC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을 사실상 독식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TSMC를 비롯한 대만 기업들은 ‘무해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TSMC는 고객사들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위탁 생산만 하기 때문에 고객사들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TSMC는 벌어들이는 거의 모든 수익을 설비투자(CAPEX)에 쏟는다”며 “3나노(㎚, 1㎚=10억 분의 1m)와 2나노 등 첨단 공정 라인 구축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이같은 경쟁력으로 TSMC는 고객들과 최소 2년 전에 물량 협상을 할 수 있다”며 “다른 경쟁자보다 더 빠르게 장비를 구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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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보다는 인프라 집중해야…대만·한국 협력 필요
그는 최근 각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들을 전폭 지원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보조금 등 현금성 지원보다는 전력, 용수 등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봤다. 황 회장은 “TSMC의 매출이 대만 정부의 예산과 맞먹는 수준인데, 정부가 (직접) 지원해주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40여년 전에는 국가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키우는 것이 가능했지만, 이제 산업 규모가 커진 만큼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슷한 맥락에서 미국 정부가 ‘인텔 살리기’에 뛰어들고 있는 데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황 회장은 “기업들 스스로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에 맞게 경영 전략을 짜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정부 지원만으로 인텔의 파운드리 능력이 강해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황 회장은 또 한국과 대만의 협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AI 시대에는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대만과 한국은 작은 나라인 만큼 서로 협력하면서 도와야 한다”며 “SK하이닉스 등 한국 회사들이 더 자주 대만에 방문해 고객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재 양성의 중요성 역시 언급했다. 그는 “대만과 한국 모두 저출생으로 인력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고, 해외에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글로벌 기반 사고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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