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는 계절과 상관없이 하루 한 번 이상 사용하는 가전이다. 아침에 남은 밥을 데우고, 저녁에는 국이나 반찬을 다시 데우는 데 쓰인다. 사용법도 거의 비슷하다. 그릇에 음식을 담고 비닐랩을 씌운 뒤 버튼을 누르는 과정이 반복된다. 너무 익숙해 별다른 고민 없이 이어지는 행동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늘 해오던 습관 하나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넣기 전 비닐랩을 음식에 밀착해 씌우는 행동이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반복되지만, 고온 환경에서는 음식과 랩 사이에서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처음에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인다. 음식도 잘 데워지고 냄새도 새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방식이 계속 이어질 경우, 랩 속의 가소제나 유해 환경호르몬이 녹아 나와 음식에 스며들어 생식 기능 저하, 성조숙증, 그리고 암 유발 가능성 등 호르몬 시스템 교란으로 인한 심각한 전신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전자레인지 안에서는 랩이 먼저 변한다
전자레인지 내부 온도는 상황에 따라 100도 안팎까지 오를 수 있다. 음식 속 수분이 끓어오르며 발생하는 수증기와 열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비닐랩은 단순한 덮개를 넘어 고온에 직접 노출되는 상태가 된다.
문제는 모든 비닐랩이 같은 재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정용으로 많이 쓰이는 랩은 폴리에틸렌 소재로, 자체적으로 유연해 별도의 가소제를 넣지 않아도 된다. 반면 업소에서 흔히 쓰이는 폴리염화비닐 계열 랩은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가소제가 첨가된다.
이 가소제는 열에 약하다. 전자레인지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고온에 노출되면 성분 일부가 빠져나올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빠져나온 성분은 증기와 함께 음식 표면에 닿을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랩이 음식에 직접 밀착돼 있을 경우 이동 경로는 더욱 짧아진다.
처음 한두 번으로 바로 이상을 느끼기는 어렵다. 그러나 같은 방식이 반복될수록 노출 횟수도 함께 늘어난다. 전자레인지 사용 빈도가 높은 가정일수록 습관 하나가 쌓이는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특히 이 성분은 호르몬을 교란해 불임이나 성조숙증 같은 생식기 질환을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간과 신장 기능에도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
기름기 있는 음식에서 위험이 커지는 이유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음식 가운데는 기름기가 많은 경우도 적지 않다. 고기나 치즈가 들어간 음식, 튀김류가 대표적이다. 이런 음식은 열을 받으면서 지방이 녹고, 이 과정에서 랩 표면에 있는 성분이 음식 쪽으로 옮겨붙기 쉬워진다.
플라스틱 성분은 물보다 기름에 더 잘 섞이는 성질을 지닌다. 같은 랩을 사용하더라도 국이나 밥보다 기름진 음식에서 흡착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이유다. 여기에 랩이 늘어지거나 음식에 달라붙은 상태라면 접촉 면적도 함께 넓어진다.
모든 랩이 전자레인지용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비닐랩을 모두 같은 용도로 사용한다. 그러나 제품마다 사용 조건은 다르다. 포장지에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가 따로 표시되는 이유다.
일부 랩은 60~70도를 넘기기만 해도 형태가 변한다. 전자레인지 안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온도가 형성되며, 특히 고출력으로 오래 돌릴수록 내부 온도는 더 올라간다. 이때 랩이 음식에 닿아 있다면 변형과 함께 성분 이동 가능성도 커진다.
전자레인지용 표시가 없는 랩을 그대로 쓰는 방식은 가장 위험한 사용법으로 꼽힌다. 랩이 눈에 띄게 녹지 않았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보이지 않는 변화가 먼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랩 없이도 충분한 전자레인지 사용법
전자레인지 조리에 반드시 비닐랩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유리 뚜껑이나 전자레인지용 실리콘 덮개만으로도 수분 유지가 가능하다. 이런 도구는 고온에서도 형태 변화가 적고 음식과 직접적인 화학 반응 우려도 상대적으로 적다.
부득이하게 랩을 사용해야 한다면 방법을 바꾸는 편이 낫다. 음식에 밀착하지 않도록 공간을 두고 덮고, 기름기 많은 음식은 특히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다. 가열 시간 역시 가능한 한 최소로 조절하는 쪽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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