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자들의 취업 문턱이 다시 높아졌다. 지난해 고등교육기관 졸업자의 취업률이 69.5%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소폭 하락세로 돌아섰는데, 이는 전체 졸업자 수와 취업자 수가 동반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취업률 수치만 떨어진 것이 아니라 질적 지표인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비중이 줄고 프리랜서나 창업 비중이 늘어나는 등 고용 형태의 변화가 뚜렷하게 감지됐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4년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대학, 전문대학, 대학원 등 고등교육기관의 2024년 2월 및 2023년 8월 졸업자 63만 4,904명을 대상으로 2024년 12월 31일 기준 취업 상황을 파악한 결과다.
전체적인 고용 성적표를 살펴보면 하락세가 관측된다. 조사 대상 졸업자는 전년 대비 1만 1,158명 감소한 63만 4,904명이었으며, 이 중 취업자는 37만 7,120명으로 전년보다 1만 2,548명 줄었다. 이에 따른 전체 취업률은 69.5%로 전년(70.3%) 대비 0.8%포인트 떨어졌다. 졸업 후 진학을 선택한 인원은 4만 3,922명으로 집계돼 진학률 6.9%를 기록, 전년보다 0.3%포인트 상승한 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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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세부 지표에서는 불안정성이 일부 확대됐다. 전체 취업자 중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비중은 87.0%로 전년 대비 1.5%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조직에 얽매이지 않는 프리랜서 비중은 7.4%로 전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1인 창(사)업자 비중은 4.2%로 전년 대비 1.3%포인트 증가했다. 개인 창작활동 종사자 역시 0.7%로 소폭 상승했다.
학교 유형별 일반대학 취업률은 62.8%에 그친 반면, 전문대학은 72.1%, 대학원은 82.1%로 나타나 상급 학교일수록 높은 취업 성과를 보였다. 전년과 비교하면 일반대학은 1.8%포인트, 전문대학과 대학원은 각각 0.3%포인트씩 취업률이 떨어졌다. 유일하게 교육대학만이 전년 대비 1.0%포인트 상승한 60.5%를 기록하며 반등했다.
전공 계열에 따른 취업 양극화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과제다. 의약 계열은 79.4%라는 압도적인 취업률을 보였으며, 교육 계열(71.1%)과 공학 계열(70.4%)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인문 계열은 61.1%, 사회 계열은 69.0%, 자연 계열은 65.4%에 머물러 이공계 및 의약 계열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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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는 수도권 쏠림 현상이 미세하게나마 완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수도권 소재 학교 졸업자의 취업률은 71.3%, 비수도권은 67.7%로 3.6%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는데, 이는 전년도 격차(3.7%포인트)보다 0.1%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17개 시도 중에서는 서울, 인천, 울산, 경기, 전남 등 5개 지역이 전체 평균을 상회하는 취업률을 기록했다. 성별 취업률 격차도 다소 줄었다. 남성 취업률 71.2%, 여성 취업률 67.9%로 3.3%포인트 차이를 보였는데, 이는 전년(3.9%포인트) 대비 0.6%포인트 감소한 결과다.
취업 후 소득 수준과 준비 기간에 대한 상세 정보도 공개됐다. 분석 대상자의 월 평균소득은 342.6만 원으로 조사됐다. 학제별로는 차이가 뚜렷했는데, 대학원 박사 과정 졸업자가 653.2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석사 496.2만 원, 일반대학 314.6만 원, 전문대학 269.3만 원 순으로 나타나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가 확인됐다. 취업 준비 기간은 졸업 전 취업이 43.9%로 가장 많았고, 졸업 후 3개월 이내가 20.7%를 차지해 졸업 직후 빠른 취업이 이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취업의 지속성을 보여주는 유지 취업률 지표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였다. 취업 후 11개월이 지난 시점까지 건강보험 직장 가입 자격을 유지한 비율은 81.8%로, 전년(80.9%) 대비 0.9%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취업 문은 좁아졌지만, 일단 취업에 성공한 이들의 고용 안정성은 다소 개선되었음을 의미한다. 교욱대학의 유지 취업률이 91.5%로 가장 높았고, 대학원이 91.2%로 뒤를 이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외국인 유학생 취업 통계 방식이 개선되며 수치상 큰 변화가 있었다. 법무부, 국세청 등 공공 데이터베이스(DB)와 연계해 조사의 정확도를 높인 결과, 외국인 유학생 취업률은 33.4%로 전년(21.7%) 대비 11.7%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실제 고용이 폭증했다기보다는 기존 조사에서 포착되지 않았던 취업자들이 행정 데이터 연계를 통해 통계망 안으로 들어온 효과로 분석된다.
졸업 후 첫 일자리를 얻은 뒤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일자리 이동률은 17.8%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졸업자가 취업 후 1년 내에 이직한 비율을 의미하며, 전년 대비 0.6%포인트 하락해 초기 일자리에 안착하는 경향이 소폭 강해졌음을 보여준다. 성별로는 여성(19.4%)의 이동률이 남성(16.1%)보다 높았으며, 계열별로는 의약 계열(24.2%)과 예체능 계열(22.1%)의 이동이 잦았던 반면 공학계열(14.6%)은 상대적으로 이동이 적었다.
교육부 송근현 인재정책기획관은 이번 통계가 공공 데이터베이스를 연계한 국가승인 통계로서 대학과 청년들의 진로 정책 수립에 핵심적인 기초 자료가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 처음 도입된 외국인 유학생 관련 공공 빅데이터 연계 조사는 향후 유학생들의 국내 취업 및 정주 지원 정책을 고도화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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