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의 서평가 드와이트 가너에게 먹는 건 삶의 일부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먹고 읽는 걸 좋아했다. 둘은 분리되지 않았다. 음식에 대한 허기는 지식에 대한 허기로 이어졌다. 그는 식탁에서 맹렬히 먹었고, 또한 맹렬히 읽었다. 입 속에서 음식이 뒤죽박죽됐듯, 그가 읽은 글들은 머릿속에서 뒤섞였다. 계통을 추적하기 어려운 지식은 흐르는 세월과 함께 켜켜이 쌓였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계통 없이 섞인 지식을 하나의 실로 꿰는 것이었다. 글이라는 하나의 실로.
최근 출간된 '내 영혼의 델리카트슨'(오월의봄)은 서평가인 가너가 먹기와 읽기를 주제로 쓴 에세이다. 아침, 점심, 장보기, 음주, 낮잠, 저녁을 소주제로 그가 맛본 음식과 읽은 글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책에 따르면 아침은 커피로 시작하는 게 제격이다. 빚을 갚기 위해 소처럼 일한 발자크는 아침 커피를 시작으로 하루에 오십 잔씩 커피를 마셨다. 조지 오웰은 '차 마니아'다. 커피보단 무설탕 차를 고집했다. 윈스턴 처칠은 아침 식사를 홀로 했다. 그 덕에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믿었다. 시인 실비아 플라스는 결혼을 두려워했는데, "남자를 위해 스크램블드에그를 요리하는 일"로 아침이 전락할까 봐 그랬다고 한다.
점심을 대하는 태도는 서구 문명권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성공한 미국인은 점심 식사를 하찮게 여겼다. 영화 '월스트리트'에서 주인공 고든 게코가 내뱉는 대사가 점심에 대한 미국인의 생각을 대변한다. "점심은 약골들이나 먹는 거야."
반면 유럽인들은 느긋한 점심을 선호했다. 적어도 대화를 곁들인 2~3시간의 여유로운 식사를 추구했다. 유럽인에게 맛난 음식과 이를 만끽할 충분한 시간은 관계를 살찌우는 일종의 '레시피'였다.
책에는 수많은 문학작품과 작품 속 인물이 등장한다. 무려 3장에 걸쳐 식탁 자리를 묘사한 소설 '안나 카레니나', 칼과 포크를 함께 사용하지 않았던 윌리엄 포크너의 독특한 식사법, 사랑한다는 말 대신 찐만두와 게 요리를 식탁에 떡하니 내놓는 중국인 엄마의 사랑 등 먹는 것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가 책에 담겼다. 저자는 먹고 읽는 행위를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들"이라고 표현했는데, 책을 읽다 보면 그런 빛나는 순간들이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황유원 옮김. 3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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