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이달 24일부터 29일까지 부동산 연구기관 연구원과 학계, 시장 전문가 15명을 상대로 내년 부동산 전망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5명 중 11명은 내년 지방선거 전에 토허제를 해제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토허제가 서울 전역으로 확대 지정된 이후 거래 위축만 심화했을 뿐 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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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허제는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를 거래할 때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도록 해 실거주 목적 외 거래를 제한하는 제도다. 이재명 정부는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강남 3구와 용산구 등에 적용되던 토허제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 지정하며 투기 차단과 가격 안정을 꾀했다.
그러나 시장 흐름은 정책 의도와 달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8.04% 상승했다. 연말까지 하락 전환이 없을 경우 올해 상승률은 집값 급등기였던 문재인 정부 시기(2018년 8.03%·2021년 8.02%)를 웃돌며 2006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규제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진 점을 토허제 실패 원인으로 지목했다. 투기 수요를 겨냥한 제도가 서울 전반에 일괄 적용되면서 실수요자의 이동까지 제한됐고 거래 절벽과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했다는 것이다. 특히 신규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국면에서 거래까지 묶이자 시장의 가격 조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토허제는 거래를 줄이는 효과만 있을 뿐 집값이나 전셋값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시장을 왜곡하는 토허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정책 효과 논란 속에서 시장에서는 정부가 향후 정치 일정과 정책 부담을 함께 고려해 토허제 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래 위축에 따른 민심 부담이 커질 경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규제 완화 가능성이 검토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실제 정책 전환의 가능성에 대해 신중론이 제기된다. 단기간 내 전면 해제에 나서면 정책 신뢰도 훼손 논란과 정치적 부담이 뒤따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응답자 다수는 거래 침체가 심한 지역이나 공급 여건이 악화한 지역을 중심으로 부분·선별 완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토허제 전면 해제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지역별 부분 해제는 검토할 수 있다”며 “해제 시 병목돼 있던 수요가 한꺼번에 나오며 단기 급등이 나타날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유통 매물이 늘어나면서 과열은 완화되고 시장은 점차 균형 가격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전면적 해제 가능성은 낮고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완화가 이뤄질 수 있다”며 “해제될 경우 과거 서울 일부 지역 토허제 해제 때와 유사하게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그간 눌렸던 가격이 시세 수준으로 회복되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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