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울릉·백령·흑산 등 도서공항 건설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지만, 정작 공항에 띄울 항공사와 안전 체계는 여전히 ‘미완성’ 상태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울릉공항의 매립·복토 공정은 상당 부분 진척됐지만, 소형항공운송사업에 관한 제도와 안전관리가 공항 건설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공항은 다 지어놨는데, 날 비행기가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도서공항을 ‘지역 균형발전의 상징’으로 내세우는 정부 구상과 달리, 항공사 준비 부족과 구조적 적자 우려, 제도적 모순 등이 문제로 드러나면서 지속 가능한 생태계 없이 공항만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 도서공항은 완공 눈앞, 항공사는 ‘미정’
울릉·흑산·백령으로 이어지는 도서공항 사업은 도서지역 교통 여건 개선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공항개발 계획의 핵심 축이다. 이 중 울릉공항은 이미 매립 공정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고, 활주로를 만들 부지 위에 흙·자갈 등의 토사를 여러 층으로 쌓아 올려, 단단하고 평탄하게 만드는 복토 과정도 80% 이상 진행되면서 물리적 공항 건설은 사실상 완료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헬기·선박에 의존해 온 의료·긴급수송 여건을 생각하면 공항 개항을 환영하면서도, 정작 항공기가 안 뜨면 또 하나의 토목사업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울릉 노선을 전제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항공사는 사실상 ‘섬에어’ 한 곳뿐이다. 이마저도 항공기 구성, 조종사 확보, 운항·정비 매뉴얼 구축 수준을 둘러싼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공항보다 항공사와 안전체계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 자리 못 잡은 소형항공사
소형항공운송사업자는 2005년 항공사업법 개정으로 제도화됐지만, 오랫동안 제도적 미비와 수익성 한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실제로 등록된 사업자는 소수에 그쳤고, 이들마저 운항을 중단하면서 현재 국내에서 실제 노선을 운용하고 있는 소형항공사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유일한 소형항공운송사업자였던 하이에어는 재운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운항 중단 이후 운항증명(AOC)을 다시 취득하기까지는 항공기·인력·매뉴얼을 원점에서 재검증받아야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새로운 소형항공운송사업자인 섬에어 역시 내년 1호기 도입과 함께 운항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노선·항공기·운항체계 등 세부 계획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실정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번 도서공항 추진계획을 계기로 지역항공망 보완과 항공교통복지 실현이라는 공공적 가치에 주목하며, 소형항공사 활성화를 항공정책의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 ‘짧은 활주로’보다 무서운 안전체계 공백
그중 울릉공항 논란의 핵심은 짧은 활주로보다 안전체계 구축 여부다. 현재 계획상 활주로 길이는 약 1200m로, 일부 중소형 기종은 성능상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조종사들 사이에서는 성능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실제 운항 현장에서 심리적·운용 차원에서 여유가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특히 활주로 양 끝의 여유 공간, 측풍·난기류 등 특수 기상, 돌발상황에서의 복행 여건을 모두 고려하면 조종사가 체감하는 부담은 수치 이상의 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해상 공항 특성상 접근·이탈 시 시야 확보와 바람 변화, 파고에 따른 시각적 착시까지 겹칠 수 있어 운항심리 측면에서 난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부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일각에서는 이런 불안감을 이유로 활주로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매립 구간을 바다 쪽으로 1m만 더 연장해도 수심이 급격히 깊어져 공사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에서 물리적 연장은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항공전문가들도 활주로 길이를 둘러싼 논쟁보다, 계기비행에 준하는 항행안전시설과 보조 안전장치를 정교하게 갖추는 것이 더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운항증명 리스크와 수익 구조 딜레마
정부가 운항 자격을 승인하는 운항증명(AOC·Air Operator Certificate) 발급은 가장 큰 쟁점으로 꼽힌다. AOC는 항공사의 운항 능력과 안전관리 체계를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절차다. 조종사·정비·운항관리 인력, 훈련체계, 운용 매뉴얼, 비상 대응, 품질·위험관리 시스템 전반을 들여다보는 마지막 관문이다. 그럼에도 울릉공항 개항 일정에 맞춰 운항증명이 서둘러 발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항공운송업계 한 관계자는 “공항은 다 지어놨는데 운항사가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AOC가 발급되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라며 “AOC는 형식이 아니라 실제 안전을 담보하는 마지막 관문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울릉공항이 ‘태생적으로 적자 구조’에 가깝다는 현장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계기비행 시설이 충분하지 않아 야간 운항이 어렵고, 일몰 이후에는 사실상 비행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점에서다. 이는 하루 운항 가능한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뜻으로, 항공사가 항공기 회전율과 탑승률을 극대화해 수익을 내는 일반적인 모델과는 거리가 먼 조건이다.
이 관계자는 “하루 12시간 남짓 운항해 흑자를 내는 항공사를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국제선 취항까지 막혀 있는 상황에서는 기체를 효율적으로 돌리기도 어려워, 애초에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소형항공운송사업자의 국내선 운항은 80인승까지 허용하면서, 국제선은 오히려 50인승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런 제약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울릉공항은 섬 주민의 ‘하늘길’이라기보다, 기존 지방공항이 겪어온 만성 적자 패턴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도서공항 정책과 소형항공사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은 결국 ‘속도’와 ‘안전’ 사이의 선택 문제로 수렴한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공항 개항 시점을 맞추기 위해 항공사 설립과 운항증명, 안전 체계를 서두르는 접근은 가장 피해야 할 시나리오”라고 입을 모은다. 활주로 연장 여부를 둘러싼 논쟁보다 먼저, 운항증명 심사 강화, 항행 안전 시설 확충, 급유·소방·의료 등 비상 대응 인프라 보강, 조종사·정비사 훈련 체계 정교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