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식물을 가꾸다 보면 물과 햇빛을 충분히 공급해도 잎이 마르거나 성장이 멈춘다. 이때는 식물이 자라는 데 쓰이는 영양분이 부족한 상태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화학 성분이 들어간 시판 비료를 쓰기 전, 주방에서 쉽게 구하는 재료를 이용해 식물에 해가 없는 영양을 공급할 수 있다. 음식물 부산물을 비료로 쓰는 방식은 토양 상태를 점진적으로 개선하며 식물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아래는 주방에서 버려지는 재료 중 식물 성장을 돕는 친환경 비료 3가지에 대한 내용이다.
1. 무기질이 가득한 ‘쌀뜨물’
쌀뜨물에는 전분과 더불어 질소, 인, 칼륨 같은 식물 성장의 기초 성분이 들어 있다. 이는 식물에 자극이 적은 영양수 역할을 한다. 쌀뜨물 속 전분은 토양 내 이로운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흙의 구조를 튼튼하게 바꾼다. 미생물이 활발하게 움직이면 흙 사이사이에 공기 층이 생겨 뿌리의 호흡을 돕는다.
사용할 때는 반드시 간을 하지 않은 순수한 쌀물 상태여야 한다. 소금기가 섞이면 삼투압 현상 때문에 식물 세포 내 수분이 빠져나가 말라 죽을 위험이 크다. 쌀을 처음 씻은 물은 불순물이 섞여 있을 수 있으므로 두 번째나 세 번째 물을 쓰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일반적인 물주기 대신 주 1회 정도 흙이 충분히 젖을 정도로 주면 된다. 다만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는 전분이 썩어 냄새가 날 수 있으므로 흙이 완전히 마른 뒤에 주어야 한다.
2. 줄기를 단단하게 만드는 ‘바나나 껍질’
바나나 껍질은 식물 줄기를 튼튼하게 만드는 칼륨 성분이 풍부한 재료다. 칼륨은 식물 내부의 수분 이동을 조절하고 잎에서 만든 에너지를 줄기와 뿌리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는 단계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데, 이때 바나나 껍질의 영양분이 식물의 자생력을 높인다. 또한 껍질에는 뿌리 발달을 돕는 인과 마그네슘도 소량 포함되어 있다.
바나나 껍질을 작게 썰어 물에 담근 뒤 2~3일 정도 우려내는 방식이 있다. 영양분이 녹아든 물을 화분에 부어주면 뿌리가 흡수하기 좋은 상태가 된다. 보다 직접적으로 공급하려면 껍질을 1cm 크기로 잘라 화분 흙 깊숙이 묻어준다. 흙 속에서 껍질이 분해되며 영양분이 서서히 배출된다. 다만 껍질에 남은 당분은 벌레를 불러모을 수 있으므로, 껍질을 햇볕에 바짝 말려 가루 형태로 만들어 흙 위에 뿌리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
3. 세포벽을 강화하는 ‘달걀껍데기’
달걀껍데기는 주성분이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져 있어 식물의 세포벽을 단단하게 만든다. 칼슘은 식물이 병충해에 견디는 힘을 기르게 하며, 토양이 지나치게 산성화되는 것을 막아 균형을 잡는다. 칼슘이 부족하면 새잎이 기형으로 자라거나 뿌리 끝이 썩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달걀껍데기는 이를 예방하는 보조제가 된다.
사용 전에는 달걀껍데기 안쪽에 붙은 하얀 막을 제거하고 물에 깨끗이 씻어야 한다. 단백질 성분인 하얀 막이 남으면 토양에서 부패하면서 악취를 풍기거나 작은 뿌리파리 같은 벌레가 생기기 때문이다. 세척을 마친 껍데기는 완전히 말린 후 절구 등을 이용해 가루 형태로 곱게 갈아야 한다. 입자가 작을수록 흙 속에서 분해되는 속도가 빨라져 영양분이 신속하게 흡수된다. 분갈이할 때 흙과 섞거나, 화분 윗부분에 골고루 뿌려주면 장기적으로 토양의 질이 개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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