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로 접어들면 주방 풍경도 달라진다. 국물 요리와 볶음 요리가 잦아지고, 싱크대에는 기름기가 쉽게 남는다. 이 시기마다 반복되는 고민이 배수구 냄새와 막힘이다. 문제는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더 큰 손상을 부르는 습관이 많다는 점이다. 그중 가장 흔한 행동이 싱크대에 끓는 물을 그대로 붓는 방식이다.
겉으로 보기엔 간단한 청소처럼 보이지만, 이 습관은 배수관 구조를 서서히 약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누수, 악취, 배수 불량으로 이어진다. 겨울철 싱크대 관리에서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이유다.
겉은 멀쩡해 보여도 내부는 열에 약하다
가정용 싱크대 하부에 설치된 배수관은 대부분 PVC 재질이다. 가볍고 시공이 쉬워 널리 쓰이지만, 고온에는 취약하다. 손에 닿기도 어려운 온도의 물이 반복적으로 흘러들면 표면이 서서히 변형된다. 눈에 띄는 파손은 없지만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이음새 부위의 고무 패킹도 점점 약해진다.
특히 겨울에는 위험이 더 커진다. 외벽이나 베란다 쪽과 맞닿은 배관은 이미 차가운 상태다. 이때 갑자기 높은 온도의 물이 들어오면 급격한 온도 차가 생긴다. 유리컵에 뜨거운 물을 붓는 상황과 비슷하다. 한두 번은 넘어가지만, 같은 행동이 쌓이면 결국 누수로 이어진다.
누수는 싱크대 아래에서 끝나지 않는다. 수납장 바닥이 젖고, 바닥 마감재까지 손상된다. 공동주택에서는 아래층까지 물이 번지기도 한다.
기름때는 녹아 없어지지 않고 더 깊이 내려간다
기름때를 없애기 위해 뜨거운 물을 붓는 행동이 널리 퍼진 이유는 즉각적인 변화 때문이다. 막힌 듯하던 배수구가 잠시 시원해지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름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잠깐 액체 상태가 됐다가 배관 깊숙한 곳으로 이동한다. 문제는 그 이후다. 배관 안쪽은 온도가 낮다. 내려간 기름은 다시 굳는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배관 안쪽에 단단한 기름층이 만들어진다. 표면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관리가 어렵고, 냄새와 막힘이 동시에 나타난다. 겨울에는 기름이 더 빨리 굳는다. 실온에서도 쉽게 응고되기 때문에 배수관 안에서는 더 빠르게 쌓인다. 뜨거운 물로 한 번에 해결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구조다.
안전한 방법은 온도를 낮추는 데서 시작한다
싱크대 배수관 관리에서 중요한 기준은 물의 온도다. 끓는 물이 아니라 손을 담가도 부담 없는 정도면 충분하다. 여기에 주방세제를 함께 사용하면 효과가 높아진다. 주방세제 속 계면활성제는 기름을 짧게 나누는 역할을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배수구에 주방세제를 몇 번 펌핑한 뒤, 미지근한 물을 천천히 흘려보낸다. 급하게 붓지 않고 시간을 두고 헹궈주는 방식이 좋다. 이렇게 하면 기름이 배관 안쪽에 달라붙는 걸 줄일 수 있다.
주기는 일주일에 한두 번이면 충분하다. 평소 기름이 많이 남는 요리를 했다면 키친타월로 팬과 접시를 먼저 닦아낸 뒤 설거지하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배수구에 흘러드는 기름 자체를 줄이는 방식이다. 식초와 베이킹소다를 함께 붓는 방법도 자주 언급되지만, 거품 반응은 세정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오히려 배관 안에 잔여물이 남을 수 있다. 단순하고 안정적인 방법이 가장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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