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 직접지원 증액했지만···“기업 매출 효과 거의 없어”

R&D 직접지원에 따른 투입부가성·산출부가성 국제비교 [사진=KISTEP 보고서]  

[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우리나라가 기업 연구개발(R&D) 촉진에 주로 쓰는 정책인 연구비 직접지원을 늘렸지만 매출로 이어지는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R&D 간접지원 방식인 세제지원의 경우 매출을 늘리는 효과가 가장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28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정부의 기업 R&D 지원 효과의 국제비교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업 R&D 지원 효과 분석방식을 적용, 국내 기업에선 이같이 나타났다.

직접지원은 연구사업이나 구매 등을 통해 연구비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말한다. 간접지원은 세제지원, 금융지원, 인프라 지원 등 다양한 방식이 포함된다.

보고서는 R&D 지원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기업의 추가 R&D 투자를 나타내는 ‘투입 부가성’과 지원에 따른 매출 등 이익 증대를 나타내는 ‘산출 부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한국의 경우 기업에 직접지원했을 때 투입 부가성이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난 반면 산출 부가성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국가들도 직접지원을 하면 투입 부가성이 높아지지만, 산출 부가성은 절반 이상 국가에서 유의미하지 않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반면 세제지원의 경우 한국은 산출 부가성이 주요국 중 가장 높게 나타났고, 투입 부가성은 주요국 중 중간 수준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이런 결과에 대해 정부의 정책 기조가 중소기업 R&D 역량 지원에 주력해 직접지원에서는 매출이 큰 대기업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세제지원의 경우 대기업이 낮은 세율에도 R&D 투자를 대폭 확대한 역설에 따른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한국은 기업 R&D 지원의 경우 중소기업 R&D 투자를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주로 펴 오면서 직접지원을 크게 늘리고 세제 혜택도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하는 정책을 진행 중에 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직접지원 비중은 2023년 기준 0.22%, 간접 지원은 0.19% 수준으로 이를 더한 0.41%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4위 수준이다.

직접지원 비중이 53.5%로 미국 43.3%, 일본 23.9%, 영국 26.8%보다도 높다.

OECD 국가들은 직접지원은 2009년 이후 지속해 감소 및 정체되다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고, R&D 지원을 세제지원 위주로 재편하는 경향이 크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한국은 기업 R&D 직접지원이 2007년 1조6071억원에서 2023년 8조5045억원으로 429% 증가했다. 세제지원 규모는 올해 4조8794억원으로 전망돼 차이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보고서는 R&D 지원 효과와 세계적 경향을 반영해 한국도 R&D 지원 정책의 목적과 특성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규모와 업력에 따라 지원 수단 등을 바꾸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정부의 기업 R&D 지원이 꾸준히 증가하면서도 성과에 대한 비판이 지속해 나오는 만큼 재정지원의 효과에 대한 분석과 정책 재설계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기업 R&D 지원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기업 생애주기에 따라 적절한 정책 수단 선정이 필요하다. R&D 직접지원을 단독 추진하기보다 금융, 일자리 등 간접 지원 및 조세지원과 연계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