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김고은의 시간…'자백의 대가'로 재입증한 볼 맛 나는 연기력 [인터뷰]

▲ 사진: 넷플릭스 제공

올 하반기 가장 활약한 배우를 꼽자면 김고은을 빼놓을 수 없다.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으로 흥행을 이끈 지 3개월 만에 '자백의 대가'에선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비슷한 시기, 연이어 두 작품을 내놨지만 기시감은 전혀 없었다. 전혀 다른 장르 속 김고은은 시청자에게 '볼 맛'을 선사했다. 그의 연기 자체가 작품의 관전 포인트로 꼽힐 정도니 말이다.

'자백의 대가'는 남편을 죽인 용의자로 몰린 '윤수'(전도연)와 마녀로 불리는 의문의 인물 '모은'(김고은), 비밀 많은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김고은은 의뭉스러운 비밀을 지닌 '모은'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김고은이 아니면 안 될' 캐릭터를 소화해 낸 그와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자백의 대가'는 기획 단계에서 주연 배우와 감독이 교체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 출연을 결정한 것에 부담감은 없었을까.

"모든 배우들이 이런 경우를 겪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도 연기를 해오면서 많은 작품들이 처음 캐스팅대로 되지 않는 걸 경험해서 정말 아무렇지 않았다. 다만 진행이 되다 엎어진 것처럼 보도가 돼서 (대중분들이) 크게 느끼시는 것 같다."

"'자백의 대가'는 '은중과 상연' 촬영 도중에 제안을 받았다. 그때 전도연 선배님이 캐스팅이 되신 상태였다. 대본을 보기도 전에 일단 하겠다고 잡아 놓고 참여했다. 선배님의 존재가 저에겐 엄청 컸다."
Q. '모은'은 극을 이끌어가면서도 후반부까지 의뭉스러움을 놓지 않아야 했다. 서사부터 감정선까지,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연기하며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대본을 읽었을 때 후루룩 읽혔는데 막상 하기로 결정하고 다시 (캐릭터에) 접근해 봤을 때 어려움이 있었다. (모은이) 사이코패스처럼 보여야 하는데 마음에 걸리는 부분들이 있더라. 후반부에 (진실이) 풀리긴 하지만, 모은이는 진짜 사이코패스는 아니기 때문에 저는 그냥 '모은이는 잃을 게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누가 공격해도 데미지가 없는 상태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Q. '모은'의 숏컷은 배우가 먼저 제안했다고 들었다.

"모은이는 되게 알 수 없는 친구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이런 결의 인물을 떠올리면 머리카락 사이에 보이는 눈빛이 연상되지 않나. 그런데 저는 오히려 다 까져 있는데도 알 수 없는 모습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숏컷을 제안드렸다. '말간 느낌인데 왜 속을 모르겠지'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사실 촬영을 안 하고 있을 때 제 부어 있는 얼굴을 보면 '보기 힘들다'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웃음) 대체적으로는 편했다. 머리 말리는 데 30초면 되니까 저는 숏컷이 좋았다."
Q. '자백의 대가'를 통해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이후 10년 만에 전도연과 재회했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전도연 선배님은 제가 배우라는 꿈을 갖게 해주신 분이다. 막연하게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게 다행스럽다고 느껴지는 존재가 제게는 도연 선배님이셨다. 그러다 '협녀'에서 함께하게 돼서 '꿈이냐 생시냐'하고 있었는데, 그땐 제 역할도 버거웠고 정신없던 시간 속에 선배님께 도움만을 받았다. 이제는 제가 제법 현장에서 유연함도 생기고, 주변도 챙기고 하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선배님은 듣기 좋으라고 칭찬하는 스타일이 아니시다. 진심일 때 한 마디 해주시는 분이라 (선배님이) 해주시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저에게 더 크게 와닿았다. 저도 처음 시도해보는 톤의 연기여서 '잘 가고 있는 걸까' 하는 고민의 시간이 있었다. 그때 전도연 선배님께서 '톤을 잘 잡았고 계속 그렇게 놓지 않고 잘 가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때 되게 신나고 행복했다."
Q. 작년엔 '파묘'로 천만 배우가 됐고, 올해 선보인 두 작품 '은중과 상연', '자백의 대가'도 연달아 호평받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작년에는 영화 두 편, 올해는 드라마 두 편을 연달아서 좋은 작품으로 보여드릴 수 있었다. 덕분에 연기적으로 칭찬받고 있어서 저는 좀 '기적같다'는 느낌이 든다. '와 내가 이런 시기인가' 싶은 생각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저를 알아보지 않으실 때도 있고 흥행이 안 될 때도 있었는데, 그런 일을 겪다 보니 맷집이 생긴 것 같다. 그동안의 것들에 대해 뭉뚱그려 칭찬해 주시나 보다 싶어 감사하고 있다."

Q. 흥행작이 많은 배우로도 꼽힌다. 좋은 대본과 감독들의 러브콜을 받는 비결이 있을까.

"전혀 없다. 저는 제가 대본을 잘 보는 배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항상 주변에 조언을 구하는 편이다. 회사 대표님도 계시고 회사에 대본 잘 보는 직원분도 계신다. 매니저분들도 대본을 다 봐주시니까 그 이야기들을 듣고 오케이하는 거다. 그분들이 대본을 깊게 봐주시는 걸 리스펙하고 신뢰하는 거다."
Q.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연기나 장르가 있다면.

"조금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안)은진이가 하고 있는 정도의 로코를 하고 싶다. 보기만 해도 오글거리는 그런 로맨틱 코미디 말이다. 어제도 '키스는 괜히 해서'를 보면서 키스신 나올 때 박수 치며 소리 지르면서 봤다. 저는 그렇게 보게 되는 드라마를 정말 좋아한다. '꺅' 소리가 나오는 로코는 뭐든 좋다. 지금은 시청자로서 제가 반응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로코 욕심을 낸 김고은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 시즌3'로 돌아온다. '유미의 세포들 시즌3'는 스타 작가가 되어 돌아온 유미(김고은)와 여전히 유미밖에 모르는 세포들이 다시 한번 성장하고, 언제나처럼 사랑하는 이야기를 그린 세포 자극 공감 로맨스다. 이번 시즌에서는 배우 김재원과 로맨스 호흡을 맞춘다. 김고은표 로맨스로 안방극장을 '꺅' 소리 나게 할 '유미의 세포들 시즌3'는 내년 티빙 공개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