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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이번 주 시장을 뜨겁게 달군 이슈가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컵 따로 계산제(가칭)’인데요. 일회용 플라스틱컵에 새로 가격을 매기는 것인지, 단순히 원가를 표시해 알리는 것인지를 두고 시장에선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주무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가격 인상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새 정책이 효과적일지 의구심을 갖는 여론도 상당합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 가격은 내년에 어떻게 바뀌는 걸까요?
◇일회용 컵 보증금제 보완책 …구체적인 가격 정하기엔 유보적 태도
컵 따로 가격제(컵 가격 표시제)는 음료 영수증에 일회용 컵 가격을 별도로 명시하는 제도입니다. 음료 값에 포함된 컵 가격을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표시해서 다회용컵 사용을 유도하고,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는 정책입니다. 정부는 다회용기를 쓰는 시민에게 음료를 할인 판매하거나 탄소중립 포인트를 제공하는 추가 혜택을 부여해 참여를 독려할 계획입니다.
컵 따로 가격제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처음 언급됐습니다.
지난 17일 이재명 대통령은 “일회용 컵 관련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싸움이 난다”며 “컵을 가져다 쓰고 돌려준다는 건데 약간 탁상행정 느낌이 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시장에 명확한 가격신호를 보내 탈플라스틱 목표를 이루겠다고 답했죠. 그리고 엿새 뒤 기후부는 탈플라스틱 종합 대책을 위한 대국민 토론회에서 2030년까지 폐플라스틱 배출을 전망치(1012만t) 대비 30% 넘게 감축하는 목표와 함께 컵 따로 가격제를 발표했습니다.
문제는 이날 공개된 정부안이 다소 모호다는 점입니다. 당장 컵 가격부터 어떻게 적용할지를 두고 뒷말이 무성합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표준가격 고시는 앞서 공개된 정부안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프랜차이즈는 본사마다 가맹점주에게 컵을 일괄 납품해서 가격 편차가 크고 개인 매장은 컵을 구매하는 출처나 방식, 가격이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를 컵으로 인정할지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김고응 기후부 자원순환 국장은 토론회 당일 “컵 가격에는 뚜껑, 슬리브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그렇게 하면 100원에서 200원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가격은 매장마다 너무 달라서 정부가 구체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것은 조금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탁상행정 논란 중심에 선 컵 따로 가격제…점주 77% “가격 올리겠다”
다양한 컵 가격이 음료 값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정부는 컵 따로 계산제를 발표하면서 기존의 컵 가격을 영수증에 표시하는 것이라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여러 소상공인은 전체 상품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이 점주 16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77%는 “제도 시행 시 판매 가격을 올리겠다”고 답했습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컵 따로 가격제가) 탁상행정이라는 말에 동감한다”며 “공청회를 열면서 카페 관계자는 한 명도 부르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일회용컵 보증금제나 종이빨대 정책 모두 한다고 했다가 안 해서 사장들의 불신이 깊다”며 “대부분 기후부가 제도를 시행한다고 해도 우리가 안 하면 못한다는 생각을 깔고 있다”며 제도를 회의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역시 논란거리입니다. 기후는 컵 따로 계산제를 도입하면서 세종과 제주에 도입된 컵 보증금제를 확대 적용하는 대신 지자체가 자율 시행토록 정책을 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서 집계한 2023년 평균 일회용컵 반환율은 50.5%에서 2024년 52.1%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1~11월말)도 58.2%로 증가했습니다. 컵 반환은 오히려 자율시행 법안이 발의된 2023년에 주춤해서 정책 수정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어떤 방법이든 핵심은 플라스틱 저감효과일 겁니다. 정부는 정책 도입 시 생길 혼란을 줄이기 위해 여러 이해관계자와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컵 가격의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거래 내역서로 컵 가격을 사후 증빙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죠. 내년 초 시행이 예고된 컵 따로 가격제가 기대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알쓸기잡에서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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