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한국기행’이 한 해의 끝과 새해의 시작을 맞아, 사람과 사람이 모여 복을 나누는 순간들을 담아낸다.
연말의 인사 한마디, 새해 첫날의 따뜻한 한 그릇, 함께 웃고 걷는 발걸음까지. 거창하지 않아 더 깊이 스며드는 ‘우리의 복’을 찾아 떠난다.
EBS '복작복작, 福으로 채운 시간’은 12월 29일부터 1월 2일까지 평일 밤 9시 35분, 총 5부작으로 방송된다.
# 600년 시간을 엮는 손길…낙안읍성의 새해맞이 (12월 29일)
조선시대 초가집 300여 채가 남아 있는 전남 순천 낙안읍성. 연말이면 마을은 초가지붕 이엉을 새로 얹는 손길로 분주해진다. 주민들이 힘을 모아 지붕을 고치고, 겨울을 준비하며 한 해를 정리한다.
성곽 안에서 민박을 운영하는 김도수·문다순 부부 역시 군불을 지피고 방문마다 새 천을 갈며 손님 맞을 채비에 나선다.
동짓날, 마을 사람들은 새알심을 듬뿍 넣은 동지죽을 함께 나누며 한 해의 액운을 털어낸다. 사람의 손과 마음이 모여 복이 쌓이는 순간, 낙안읍성의 겨울이 깊어진다.
# 보름달 아래, 마을의 안녕을 빌다…남해 다랭이마을 (12월 30일)
100여 층 논배미가 계단처럼 이어진 경남 남해 다랭이마을. 이장 김정주 씨는 매년 음력 10월 15일을 앞두고 마을 제사 준비에 나선다.
밥 한 톨이 귀했던 시절부터 이어져 온 ‘밥 무덤’ 제사. 금줄을 치고 황토를 올리며 마을에 깃들 수 있는 나쁜 기운을 막는다.
보름달이 떠오르면 주민들은 한자리에 모여 동제를 지내고, 불꽃에 소원을 실어 보낸다. 달빛 아래 모인 염원, 다랭이마을의 겨울밤이 고요하게 빛난다.
# 세상에서 한 발 물러난 90일…백양사의 겨울 수행 (12월 31일)
내장산 국립공원 백암산 자락의 천년 고찰 백양사. 음력 10월 15일부터 석 달간 이어지는 동안거에 전국의 스님들이 모여든다.
새벽 3시, 목탁 소리로 시작되는 하루. 참선과 예불, 그리고 빗자루를 들고 경내를 쓸며 이어지는 울력까지. 정적인 수행과 동적인 노동이 어우러지며 마음을 닦아간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선방의 문이 열리는 시간. 고요 속에서 자신을 마주하는 90일의 기록이 담긴다.
# 떡국 한 그릇에 담긴 세대의 시간…홍천 떡방앗간 (1월 1일)
강원 홍천의 한 떡방앗간에는 94세 시아버지부터 손자 부부까지, 삼대의 하루가 함께 흐른다.
30년 넘게 새벽 첫 불을 밝히며 떡을 빻아온 가족. 오색 가래떡을 준비하고, 새해 아침 떡국 한 그릇을 나누는 시간. 동해로 향해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조용히 건강과 평안을 빈다.
손맛과 시간이 겹겹이 쌓인 자리에서, 새해의 복은 소리 없이 깊어진다.
# 양과 함께 달린 한 해…웃음으로 마무리하는 연말 (1월 2일)
강원 홍천 팔봉산 자락. ‘양삼촌’ 이상민 씨와 ‘양언니’ 강미화 씨는 47마리 양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사람과 함께 달리는 양을 보고 시작한 마라톤 도전. 리더 양 ‘하양이’와 새끼 양 ‘한양이’는 이제 마라톤 세 번을 완주한 베테랑(?)이 됐다.
훈련 뒤에는 건초 케이크로 생일 겸 새해 파티. 사람과 양이 함께 웃고 달려온 시간 속에서, 한 해의 끝자락이 따뜻하게 완성된다.
말 한마디, 밥 한 그릇, 함께 걷는 발걸음까지. ‘한국기행’은 복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함께할 때 비로소 커진다는 사실을 조용히 전한다.
연말과 새해 사이, 복작복작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으로 떠나본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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