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배드민턴연맹, 연합뉴스에 보낸 입장문서 '안세영 견제론' 정면 반박
"현대 관전 트렌드에 발맞춰 박진감 살리기 위한 변화"…내년 총회서 결정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새로운 점수제 도입 논의가 특정 선수의 기세를 꺾기 위해서라는 주장은 근거 없는 억측이며,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최근 논의 중인 '15점제 도입'이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 안세영(삼성생명)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토마스 룬드 BWF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에 공식 입장문을 보내 이러한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오히려 이번 제도 개편은 안세영 같은 톱스타 선수들이 더 오랜 기간 현역으로 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기존 '21점 3판 2승제'와 달리, 새로운 방식은 매 게임 15점을 먼저 선취하는 쪽이 승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 게임당 점수가 6점이나 줄어드는 만큼 경기 템포는 비약적으로 빨라질 수밖에 없다.
또 매 세트 랠리가 갖는 무게감은 이전보다 훨씬 커지게 된다. 초반의 실수가 곧장 게임의 패배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승패의 핵심 변수가 끈질긴 체력전에서 순간적인 폭발력으로 바뀌는 셈이다.
이처럼 경기의 판도 자체가 달라지다 보니, 일각에서는 강철 체력을 바탕으로 경기 후반에 전세를 뒤집는 데 능한 안세영에게 제도 개편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울러 이번 논의가 사실상 '안세영의 독주'를 막기 위한 견제책이 아니냐고 경계하는 시선도 있다.
룬드 사무총장은 "15점제 도입은 현대 관전 트렌드에 발맞춰 배드민턴을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종목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랠리의 중요성을 높이고 경기 초반부터 승부처를 형성함으로써, 배드민턴을 한층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종목으로 만들고자 한다"며 "무엇보다 게임당 점수가 줄면 선수들의 체력 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 BWF의 점수제 개편 논의는 안세영의 등장보다 훨씬 앞선 2014년부터 시작됐다.
BWF는 원래 2018년과 2021년에 '11점 5판 3승제' 도입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당시 회원국들의 찬성표가 가결 정족수인 3분의 2에 미치지 못해 잇따라 무산된 바 있다.
두 차례의 부결을 겪은 BWF는 기존 11점제의 절충안 성격인 '15점제'를 대안으로 내세워 다시 한번 제도 개편의 시동을 걸었으며 시범 운영에 착수한 상태다.
BWF는 내년 4월 25일(현지시간) 덴마크 호르센스에서 열리는 정기 총회에서 회원국들의 찬반 투표를 거쳐 15점제의 최종 도입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만약 이 안건이 가결될 경우, 세계 배드민턴은 21점제가 도입된 2006년 이후 20년 만에 새로운 점수 체계를 맞이하게 된다.
정작 안세영은 이러한 제도 개편에 대해 담담하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세영은 최근 배드민턴 '왕중왕전'인 월드투어 파이널스 대회를 마치고 귀국해 공항 기자회견에서 "(규칙 변경이 된다면) 당연히 초반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그래도 경기를 치르다 보면 적응하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이어 "또 한편으로는 점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도 덜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부분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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