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프랑스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는 2010년, 소피 마르소는 2015년에 각각 방한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참석했다. 2006년부터 10여년간 BIFF 비아시아권 영화 담당 프로그래머로 일하며 유명 외국 배우를 초청하는 등 유럽 영화를 국내에 소개한 이수원 전남대 불어불문학과 교수가 27일 오후 3시35분께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54세.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 선일여고와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학부 시절부터 프랑스문화원의 예술영화관을 드나들며 프랑스 영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 파리3대학에서 '1942년부터 1948년까지 자크 투르뇌르 작품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가시성'이라는 논문으로 영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자크 투르뇌르(1904∼1977)는 프랑스계 미국인 영화감독으로, '좀비와 함께 걸었다'(1943) 등 초자연적 공포 영화를 만들었다. 이 교수는 논문에서 투르뇌르를 '환상에 기반한 리얼리즘' 작가로 규정했다.
귀국 후 2006년부터 부산국제영화제 선정위원회에 합류해 비아시아권 영화를 선정하는 월드영화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강성규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은 "프랑스 영화뿐만 아니라 칸·베를린·베니스 등 유럽의 주요 영화제 수상작을 BIFF에 소개했다"며 "특히 쥘리에트 비노슈, 잔 모로, 이자벨 위페르, 소피 마르소가 BIFF에 참석한 배경에도 고인의 노력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BIFF 프로그래머로 일한 남동철씨는 "프랑스 감독 압둘라티프 케시시의 '아델의 이야기', 스페인 감독 알베르트 세라의 '루이 14세의 죽음', 그리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더 랍스터', 이탈리아 감독 마르코 벨로키오의 '달콤한 꿈', 말리 감독 슐레이만 시세의 '밝음' 등 유럽과 아프리카 감독의 영화를 많이 소개했다"며 "유럽 영화에 조예가 깊었고, 매우 열정적으로 일하는 분이었다. 덜 알려졌지만 좋은 작품을 많이 소개했다"고 전했다.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틈틈이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기대 등에서 강의했다. 이때 '영화로 배우는 프랑스어'(2017)를 썼다. 2019년부터 전남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하며 '하루의 로맨스가 영원이 된 도시: 영화로 떠나는 지중해 기행'(2020) 등 저서와 '에릭 로메르 : 아마추어리즘의 가능성'(2025) 같은 번역서를 남겼다. '발라시네 - 르 클레지오, 영화를 꿈꾸다'(2008)도 번역했다.
2015∼2016년에 열린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 '한불 상호교류의 해' 행사에서는 영화 전문위원을 맡아 한국 영화를 프랑스에 소개했다.
유족은 언니 이채원씨와 동생 이기훈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7호실(28일 오전 10시부터 조문 가능), 발인 29일 오전 9시30분. ☎ 02-2258-5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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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고 게재 문의는 팩스 02-398-3111, 전화 02-398-3000, 카톡 okjebo, 이메일 jebo@yna.co.kr(확인용 유족 연락처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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