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엔진까지 동원됐다…데이터센터 'AI 전력난' 비상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이 인공지능(AI)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항공기 엔진을 개조한 터빈과 화석연료 발전기까지 활용하고 있다. 전력망 연결 대기 시간이 최대 7년에 달하면서 독자적인 전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지난 4월 23일 미국 텍사스주 애빌린에서 촬영한 항공 사진으로, 오픈AI·소프트뱅크·오라클 등 3개 대형 기술기업이 협력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Project Stargate)’ AI 인프라 구축 현장의 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이 보인다. (사진=로이터)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GE 버노바는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크루소에 제트 엔진을 기반으로 한 터빈을 공급하고 있다. 이 터빈들은 텍사스주에 위치한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의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에 약 1기가와트(GW)의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1GW는 원자력발전소 1기 수준의 발전량이다.

GE 버노바의 켄 파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투자자들에게 “제트 엔진 기반 터빈과 소형 가스 장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들이 데이터센터의 임시 전력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1~3분기 이 터빈 주문은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프로에너지는 보잉 747에 사용되는 엔진 핵심 부품을 활용해 만든 50메가와트(MW)급 가스 터빈을 1GW 이상 판매했다. 에너지캐피털파트너스의 앤드류 길버트 파트너는 “대형 제조업체보다 빠르게 납품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AI 붐과 관련 없어 보이던 기업들도 전력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투자한 항공 스타트업 붐 수퍼소닉은 크루소에 1.2GW급 터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블레이크 숄 붐 수퍼소닉 CEO는 “원래 비행기를 먼저 만들 계획이었지만 샘 올트먼으로부터 간곡한 요청을 받았다”며 전력 터빈 판매 수익을 항공기 사업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젤·가스 발전기 사용도 급증하고 있다. 제조업체 커민스는 데이터센터에 39GW 이상의 전력을 판매했으며 올해 용량을 거의 두 배로 늘렸다. 커민스의 폴렛 카터 데이터센터 담당 이사는 “백업용이 아닌 주 전력원으로 쓰려는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11월 “데이터센터나 월마트에 있는 백업 발전기를 필요할 때 가동하겠다”며 기존 발전기 활용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데이터센터가 자체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에는 단점도 있다. 소형 전력 설비는 대형 발전소보다 효율이 낮아 탄소 배출이 많다. 로키마운틴연구소의 마크 다이슨 전력 상무이사는 “현장에서 화석연료로 발전하면 전력망에서 공급받는 것보다 탄소 배출량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용도 높다. BNP 파리바 분석에 따르면 메타가 이용할 오하이오주 자체 가스발전소의 전력 가격은 메가와트시(MWh)당 175달러(약 25만원)로 산업용 전기 평균 가격의 약 2배 수준이다.

액스포드터빈컨설턴츠의 마크 액스포드는 “현재 시장은 매우 뜨겁지만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형 IT 기업들의 투자 속도에 따라 수요가 변동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붐 수퍼소닉의 터빈 모습. (사진=붐 수퍼소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