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M&A 규모는 지난해 대비 50% 급증한 4조50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규모 유동성이 풀렸던 2021년(5조 8000억 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M&A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양극화’다. 전체 M&A 성사 건수는 지난해보다 7% 감소하며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100억 달러(약 14조 4500억원) 이상의 초대형 거래가 무려 68건이나 쏟아지며 전체 판을 키웠다. 중소형 거래는 위축된 반면, 거대 공룡 기업들 간의 합병은 어느 때보다 활발했던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철도회사 유니언퍼시픽의 인수 딜이다. 유니언퍼시픽은 미 동부지역 노퍽서던을 850억 달러(약 123조 원)에 인수했다. 합병이 완료되면 시가총액 2500억 달러(약 361조원)에 달하는 거대 운송 기업이 탄생한다. 미디어 업계에서도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에 대한 파라마운트의 적대적 인수(1000억 달러 규모) 등 천문학적인 액수의 거래가 시장을 달궜다.
이처럼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선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속화된 규제 완화 기조가 있다. 과거 반독점 규제에 막혀 주춤했던 대기업들이 정부의 친기업적 성향을 확인하자마자 ‘규제 리스크’를 감수하고 전략적 합병에 뛰어든 것이다.
특히 미국 기업의 독주가 눈에 띈다. 올해 미국 기업의 M&A 규모는 2조 3000억 달러(약 3323조원)에 달하며,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8년 이후 가장 높았다. 규제 당국이 기업들과 건설적인 대화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월가(Wall Street) 투자은행들도 약 1350억 달러(약 195조 원)라는 역대급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투자은행 센터뷰 파트너스의 토니 김 공동대표는 “이런 규모의 대형 거래는 10년 만에 처음”이라며 “기업들이 규제 리스크를 짊어지더라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합병이라면 결단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