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대홍수〉의 반응이 여러모로 뜨겁다. 지난 12월 19일 공개 이후 단 사흘 만에 한국을 비롯해 스페인, 브라질, 카타르, 태국 등 50여 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고, 글로벌 TOP10 영화(비영어) 부문 정상에도 올랐다. 숫자만 놓고 보면 분명 ‘히트’다. 하지만 국내 반응은 조금 복잡하다. 호평과 혹평이 동시에 쏟아지고, 제작 환경과 연출 의도, 메시지를 둘러싼 관계자들의 발언까지 더해지며 작품 외적인 논쟁도 함께 커졌다. 그 중심에는 자연스럽게 연출을 맡은 김병우 감독이 있다.
김병우 감독은 늘 ‘호불호가 분명한 연출자’였다. 밀도 높은 설정, 제한된 공간, 그리고 극단까지 밀어붙이는 상황 설계. 〈대홍수〉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 역시, 사실상 그의 필모그래피가 걸어온 길 위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지금 다시 소환되는 김병우 감독의 전작들은 어떤 궤적을 그려왔을까.
〈더 테러 라이브〉(2013)
김병우 감독의 이름을 대중에게 또렷하게 각인시킨 작품은 단연 〈더 테러 라이브〉다. 라디오 스튜디오라는 한정된 공간, 생방송이라는 시간 제약, 그리고 테러범과 앵커의 전화 통화라는 명료한 설정. 이 모든 것을 90분 러닝타임 내내 팽팽한 긴장으로 끌고 간 작품이다. 특히 홀로 영화 대부분을 이끌었던 하정우의 연기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언론의 책임, 권력과의 거래, 그리고 시청률의 유혹. 〈더 테러 라이브〉는 흔한 범죄·재난 스릴러에 머물지 않고, 미디어 시스템을 향한 냉소적 시선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었다. 김병우 감독이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천착해온 ‘시스템 속 개인’이라는 주제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PMC: 더 벙커〉(2018)
이후 하정우와 다시 한 번 손을 맞잡고 선보인 김병우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PMC: 더 벙커〉는, 국내 상업영화에서는 드물었던 총기 액션을 전면에 내세웠다. 비무장지대 인근의 지하 벙커, 글로벌 민간군사기업(PMC), 그리고 국제 정치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며 긴장감을 형성한다. 전작보다 확장된 스케일과 세계관, 게임 화면을 연상케 하는 연출과 총격전 액션까지 더해졌고, 하정우는 블랙리저드 팀의 캡틴 ‘에이햅’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기술적 야심은 분명했지만, 설정 과잉과 정보 밀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며 호불호 또한 분명히 갈렸던 작품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2025)
올해 극장에 걸린 블록버스터 〈전지적 독자 시점〉은 동명의 메가 히트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민호, 안효섭, 지수(블랙핑크) 등 화려한 캐스팅이 더해지며 영상화 단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다만 관객에게 익숙하지 않은 ‘소설 속 세계’라는 설정, 판타지적 시스템, 그리고 방대한 세계관의 극히 일부만 담아낸 서사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대홍수〉와 마찬가지로 김병우 감독이 기존의 안전한 선택 대신 확장과 실험을 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의미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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