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를 켜는 일이 잦아지는 계절이다. 국이나 찌개를 데우고, 간단한 간식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문을 연다. 사용 빈도는 높지만 내부 상태를 점검하는 경우는 드물다. 겉보기엔 깨끗해 보여도 안쪽 벽면과 천장에는 국물 자국과 기름막이 남는다. 수증기 형태로 튄 흔적이 식으면서 얇게 굳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 손으로 닦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문제는 세제를 꺼내 드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음식이 닿는 공간이라는 점이 걸린다. 화학 세제를 사용해도 되는지 망설여지고, 물로 여러 번 헹궈야 할 것 같아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청소 시기를 미루다 보면 내부 상태는 더 나빠진다. 이럴 때는 집에 흔히 있는 ‘레몬’으로 물과 함께 데우는 것만으로 내부 정리가 가능하다.
전자레인지 속 오염은 눈에 띄지 않게 쌓인다
전자레인지는 구조상 내부 공기가 쉽게 빠져나가지 않는다. 음식을 데울 때 발생한 수분과 기름이 수증기 형태로 퍼진 뒤 벽면과 천장에 달라붙는다. 그대로 식으면 얇은 막이 된다. 이 막 위에 다시 수증기가 쌓이면서 점점 두꺼워진다. 겉으로는 깨끗해 보여도 내부 표면에는 미세한 기름 입자와 음식물 찌꺼기가 남는 이유다.
이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냄새가 섞이기 시작한다. 국이나 생선, 마늘처럼 향이 강한 음식을 데운 뒤에는 내부에 남은 기름막에 냄새 성분이 흡착된다. 다음에 빵이나 간식을 데울 때도 이전 음식 냄새가 함께 올라오는 이유다.
레몬 물을 데워 만드는 스팀 정리 방식
준비 과정은 단순하다. 전자레인지용 내열 그릇에 물 300~400밀리리터를 붓는다. 레몬 반 개를 얇게 썰어 넣거나 즙을 짜 넣는다. 이때 씨는 반드시 제거하는 게 좋다. 가열 과정에서 내부 압력으로 튈 수 있기 때문이다. 준비가 끝나면 전자레인지에 넣고 3~5분 정도 가동한다. 조리가 끝났다고 바로 문을 열지 않는다. 2~3분 정도 그대로 둔다. 이 시간 동안 뜨거운 수증기가 내부 전체를 감싼다.
딱딱하게 굳어 있던 기름막과 음식물 자국이 수분을 머금으며 풀어진다. 문을 열면 내부 표면이 촉촉해진 상태이며, 마른행주나 종이행주로 벽면을 닦아내면 된다. 힘을 줄 필요가 없이 한 번만 닦아도 자국이 쉽게 떨어진다.
레몬이 효과를 보이는 이유
레몬에는 구연산이 들어 있다. 산 성질을 띠는 성분으로, 전자레인지 내부에 붙은 기름때와 성질이 다르다. 가열 과정에서 구연산이 물과 함께 수증기로 퍼지면, 벽면과 천장에 들러붙은 기름막과 맞닿는다. 기름때는 알칼리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두 성분이 만나면 중화 반응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기름막을 이루던 결합이 느슨해지고, 표면에 붙어 있던 찌꺼기가 수분을 머금은 상태로 풀어진다. 문지르지 않아도 닦이는 이유다.
레몬 껍질에 들어 있는 리모넨 성분도 한몫한다. 리모넨은 기름과 잘 섞이는 성질을 가진 물질로, 실제 세정제나 탈취제 원료로도 쓰인다. 수증기와 함께 퍼진 리모넨이 기름막 안쪽까지 스며들면서 냄새 분자를 함께 끌어낸다. 기름 자국뿐 아니라 음식 냄새가 줄어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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