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갈등 속 외무성 '해외 여론전' 예산 22% 증가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일본 정부가 2026회계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 예산안을 사상 최대인 122조3천92억엔(약 1천126조원)으로 편성한 가운데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내세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색깔이 짙게 배어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상당수 언론은 '책임'은 결여된 '적극 재정'이라며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27일 사설에서 이번 정부 예산안과 관련해 "다카이치 컬러를 전면에 내세운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다카이치 총리의 정책 기조를 반영한 내용으로 사상 최대의 방위비,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을 성장전략으로 삼아 예산을 중점 배분한 점을 사례로 거론했다.
성장전략의 핵심 부처인 경제산업성이 추진하는 산업 정책 예산은 특별회계까지 포함하면 예산 총액이 3조693억엔(약 28조3천억원)으로 전년도보다 50%가량 늘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예산안을 확정하고서 취재진에 "일본을 강하고 풍요롭게 하기 위한 예산"이라며 "재정 규율도 배려해 강한 경제의 실현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양립시키는 예산안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좀처럼 저녁 회식 자리에 참석하지 않아온 그는 이날 밤에는 당내 보수성향 인사들로 구성된 '보수단결의 모임' 소속 의원들과 만나 회식을 하고 2차 술자리까지 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언론이 이번 예산안을 둘러싸고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재정 건전화를 통해 미래 세대에 책임을 다하는 관점이 부족하다"(니혼게이자이신문), "금융시장은 다카이치 재정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다"(요미우리신문), "여당내에서도 총리의 정책 기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아사히신문) 등이다.
일본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에도 엔화 약세 기조는 꺾이지 않고 시장 금리는 상승하는 배경의 하나로 다카이치 총리의 적극 재정 기조가 자리잡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지적이다
엔화 약세와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 고물가를 자극하고 국채 이자 부담에 따른 예산 압박도 커져 적극 재정의 목표를 실현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
실제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채 원리금 상환에 소요되는 비용(국채비)은 금리 상승에 따라 사상 최대인 31조2천758억엔(약 287조3천억원)으로 늘어 처음 30조엔을 넘어섰다. 정부의 장기 국채 예상금리도 전년도 연 2.0%에서 연 3.0%로 올랐다.
한편 중일 갈등이 이어지면서 양국의 세계를 향한 여론전도 거세지는 가운데 외무성의 일부 예산 증가도 눈길을 끌고 있다.
외무성의 내년도 예산안은 역대 최대인 8천170억엔(약 7조5천억원)으로 전년도보다 7.3% 늘었다.
특히 역사인식이나 영토 등을 둘러싸 외국과의 여론전을 위한 예산은 207억엔(약 1천910억원)으로 21.6%나 증가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또 개발도상국에 방위 장비를 제공하는 제도인 '정부 안전보장 능력 강화 지원'(OSA) 예산은 전년도의 2배인 181억엔(약 1천670억원)이 계상됐고 정부개발원조(ODA) 예산도 늘어났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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