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 알테오젠이 코스피 이전 상장을 결정했다. 코스닥에서 덩치를 키운 뒤 규모가 커지면 코스피로 승격하는 한국 특유의 2군 시스템이 다시 작동한 것이다. 혁신 기업들이 이곳을 성장의 종착역이 아닌 잠시 머무는 경유지로 여기는 사이, 코스닥 시장은 개인 투자자들의 단타 투기판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이에 <투데이신문> 은 총 2편에 걸쳐 코스닥 시장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내년을 전망한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문영서·최예진 기자】 지난해 말 각각 2200선과 640선대로 떨어졌던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올해 큰 폭으로 상승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코스닥은 시총 15배 폭증에도 지수 성장이 코스피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에 따르면 코스닥은 2005년을 기준으로 시가총액 15배(32조원→489조원), 상장사 수는 1.9배(917개→1731개)로 늘었다. 다만 같은 기간 4.5배 상승한 코스피 지수와 달리 코스닥 지수는 2.3배 상승하는 데 그치며 내실은 여전히 부실한 상태라는 평가다.
코스피는 지난 11월 4226.75포인트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반도체 호황을 중점으로 정치 불확실성 완화와 상법 개정안 등이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코스닥도 전날 주간 종가 기준 거래일보다 4.47포인트(+0.49%) 오른 919.67포인트로 안정세를 유지 중이다. 다만 코스피 대비 거래대금 격차가 벌어지며 상대적 소외를 겪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코스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코스피의 절반 수준인 8조9000억원에 머물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 비중이 80%를 상회하는 등 전형적인 개미 주도형 단기 매매 시장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규 상장은 활발하지만 상장 폐지는 적다 보니 시장의 양적 팽창이 지수 상승 효과를 희석시키는 구조적 모순이 고착화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코스닥의 경우 신생 기업 위주의 상장으로 시가총액은 불어났으나 비효율적 기업들이 시장에 남아 거래를 왜곡하는 양상이 뚜렷하다. 이로 인해 투자 자금이 우량 기업 대신 단기 변동성 종목으로 쏠리며 질적 성장이 저해되고 있다.
반복되는 코스닥 탈출…떠나는 기업·투자할 기관 잡아야
지난 8일 코스닥 대장주였던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이 또다시 코스피로 빠져나가면서, 코스닥은 다시금 고질적인 2부 리그 논란에 휩싸였다. 카카오(2017년), 셀트리온(2018년), 포스코퓨처엠(2019년), 엘앤에프(2024년)까지 시총 상위 종목들의 탈출 행렬은 꾸준했다. 알테오젠은 코스피 이전 상장의 이유에 대해 “안정적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한 기업 가치 제고”라고 언급했다.
한편, 오래된 전통·대형 우량주 중심 기업 비중이 높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기술·성장주 중심인 나스닥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둘 다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 주식시장이지만, 서로 상장기업과 거래량, 위상을 높고 싸우는 ‘경쟁 관계’다. 특히 나스닥 시장은 창업주들의 기업공개(IPO) 후에도 끊임없이 자금을 조달해 생산 시설을 확충하도록 ‘혁신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실제로 테슬라는 IPO 후 수년간 막대한 적자를 냈음에도 나스닥의 채권 발행과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기가팩토리 건설 자금을 확보해 재무 구조를 개선했다.
이렇게 나스닥은 IPO를 출발점으로 삼아 상장 후에도 2차 공모·전환사채·우선주 발행을 허용하며, 적자 상태의 R&D·설비 투자를 ‘미래 성장 비용’으로 평가한다. 상장 유지 기준도 시총·유동성·주가 중심으로, 혁신기업에 장기 생존 기회를 부여한다.
반면 코스닥은 창업 초기 정책·벤처 자금(모태펀드·기술특례 등)이 집중되지만 상장 후 장기 적자 시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위험이 커지는 구조다. 생산라인 확대나 글로벌 진출 같은 ‘스케일업’(사업 규모를 키우는 과정)을 위축시켜 혁신 기업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혜안리서치 홍성국 대표는 “현재 코스닥은 기관투자자가 안정적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개인 보호 위주의 정책이 역설적으로 시장의 자생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배당 여력이 없는 성장주 위주의 코스닥 기업들에 장기 투자할 유인이 없다 보니,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기관은 이탈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가 막은 기관 진입…코스닥 본연 기능 회복해야
개인투자자 보호에 치중된 현 정책은 기관에 과도한 규제 부담을 지운다. 시장 무게중심이 개인 단타 매매로 쏠리며 거래의 70% 이상이 개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파생상품 시장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아 위험 관리(Hedge) 수단이 없기 때문에 보수적인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닥 진입을 꺼린다.
국내 최대 투자자인 국민연금의 무관심도 문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연기금이 코스닥 시장에 투자한 비중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2.6%였고, 지난해 기준으로 3.1%로 6년 동안 0.5%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코스닥 평가 기준 미비로 적극 개입을 꺼려 시장 안정화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인 데다가 산업 구조 역시 바이오, 헬스케어, 2차전지 등 특정 테마에만 시총이 쏠려 있어 변동성에 취약하다. 무엇보다 신규 상장 기업이 쏟아져 들어와 시가총액은 커지는데 정작 지수는 오르지 않는 구조적 모순이 투자자들에게 ‘수익 없는 시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배재대 경영학과 김현동 교수는 “코스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작전세력의 놀이터가 된다는 점”이라며 “코스닥을 활성화하려면 좋은 기업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심사해야 하고,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거나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않을 때는 과감하게 퇴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 매매와 관련해서 주가·시세 조종에 대해 특별한 환경을 조성해야 코스닥 본연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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