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이슬 기자】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싸고 기업의 해명과 정부의 강경 대응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쿠팡의 자체 조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이 성탄절에 범정부 회의를 긴급 소집하며 사안은 범정부 대응 국면으로 번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디지털 포렌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쿠팡 측은 개인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 1명을 특정했으며, 고객 정보가 제3자에게 전달되거나 외부로 유출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쿠팡에 따르면 해당 인물은 재직 당시 취득한 내부 보안 키를 탈취해 일부 고객의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등 기본 정보에 접근했으며, 약 3300만개 계정에 접근 가능했으나 실제로 저장한 정보는 약 3000여개 계정에 그쳤다. 결제 정보나 로그인 정보, 개인통관고유부호 등 민감 정보에는 접근하지 못했고, 저장된 정보 역시 외부 전송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쿠팡은 사건 초기부터 글로벌 보안 전문업체를 포함한 외부 기관에 포렌식 조사를 의뢰했으며, 유출자의 진술서와 사용 기기 등 관련 자료 일체를 정부에 제출하고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쿠팡이 민관합동조사단의 확인이 끝나기 전에 피해 범위를 한정하는 자체 조사 결과를 공개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쿠팡의 발표 직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관합동조사단에서 조사 중인 사항을 쿠팡이 일방적으로 대외에 알렸다”며 이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정치권 비판도 이어졌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공개한 데 대해 ‘셀프 면죄부’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기업이 독자적으로 결론을 내린 것처럼 발표한 점에 문제를 제기하며,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기업 해명보다 객관적 조사와 법적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쿠팡은 “이번 조사는 자체 조사가 아니라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긴밀히 협의하며 진행한 조사”라고 재반박했다. 쿠팡은 정부 요청에 따라 유출자와 접촉했고, 데스크톱과 하드디스크, 하천에 투기된 노트북 등 유출에 사용된 기기를 순차적으로 회수해 모두 정부에 인계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서와 물증도 즉시 제출했으며, 수사 기밀 유지 등 정부 지침을 충실히 따랐다는 입장이다.
사태가 확산되자 대통령실은 성탄절인 지난 25일 이례적으로 범정부 관계장관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요 부처는 물론 수사기관과 안보·정보 라인까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이 휴일에 특정 기업 사안을 두고 장관급 회의를 연 것은 이번 사안을 개별 부처 차원의 산업·소비자 이슈가 아닌 범정부적으로 관리해야 할 사안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회의에서는 쿠팡의 사태 수습 태도와 함께 미국 정계 인사들의 공개 발언 등 대외 변수도 함께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쿠팡의 자체 조사 발표를 두고 ‘선을 넘었다’는 인식이 공유됐으며, 행정관급 이상 직원들의 쿠팡 접촉을 자제하라는 지침도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와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제도 전반을 재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반복적이거나 중대한 법 위반 행위에 대해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과 함께 집단소송을 통한 피해 구제 강화도 검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업무보고에서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경제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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