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조명…AI사업 '스타게이트' 필두로 틱톡 인수, 할리우드까지 개입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올해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은 기술업계 거물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회장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평가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올해의 주요 인물을 소개하면서 "2025년을 정의한 기술 거물"(The Tech Titan Who Defined 2025)로 엘리슨 회장을 꼽았다.
올해 초만 해도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떠오르면서 가장 주목받는 듯했으나, 3개월여간의 백악관 생활을 끝내고 정부효율부(DOGE) 수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머스크의 전방위적 영향력은 다소 약화했다.
대신 81세의 엘리슨 회장은 올해 미국의 거의 모든 주요 사업 이야기에서 등장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오라클은 특히 올해 인공지능(AI) 거품(버블)론에 빠지지 않고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1월 21일 엘리슨 회장은 샘 올트먼 오픈AI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함께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5천억달러(약 723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구축 계획 '스타게이트'를 발표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 9월에는 오라클이 오픈AI와 약 5년간 3천억달러(약 434조원) 규모의 클라우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같은 달 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AI 붐으로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이 폭발적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주가가 하루 36% 폭등하기도 했다.
당시 엘리슨 회장의 순자산가치는 하루 만에 890억달러(약 129조원) 급증하면서 며칠간 머스크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오라클의 공격적인 AI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이 회사의 현금흐름은 1990년대 초 이후 처음으로 올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또 오라클이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막대한 부채를 쌓고 있으며, 미래 사업의 상당 부분을 오픈AI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AI 거품이 곧 터질 것이라는 회의론자들의 주요 공격 표적이 됐다.
한편으로 오라클은 올해 초부터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내 사업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떠오르면서 주목받았다.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중국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틱톡의 미국 사업을 강제 매각할 것을 명령한 뒤 오라클은 트럼프 대통령과 엘리슨 회장의 친분을 배경으로 틱톡을 인수할 만한 후보로 거론됐고, 실제로 지난 18일 사모펀드 운용사 실버레이크 등과 함께 틱톡 인수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오라클은 틱톡 지분 15%를 취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슨 회장의 그림자는 할리우드 영화 산업에까지 드리워졌다.
그의 아들인 데이비드 엘리슨이 영화제작사 스카이댄스를 키워오다 올해 미디어 대기업 파라마운트 인수·합병에 전격 성공한 뒤 100년 전통의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보유한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까지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엘리슨 회장은 스카이댄스의 파라마운트 인수 때부터 자금을 지원한 데 이어 이번 워너브러더스 인수전에서 워너 측이 경쟁사인 넷플릭스를 선택해 파라마운트가 열세에 몰리자, 파라마운트가 조달할 인수 자금 404억달러에 대한 개인 보증까지 확약했다.
엘리슨 회장의 자산 가치는 현재 약 2천500억달러(약 361조원)로 세계 5위 부자에 해당하지만, 그의 자산이 오라클 주식에 집중돼 있어 파라마운트의 워너브러더스 인수 자금 조달이 시급해질 경우 주식 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해까지 엘리슨 회장은 주로 비행기나 요트, LA 말리부의 부동산, 하와이 섬 등을 사들이는 데 재산을 썼고 자녀들의 영화 제작을 종종 지원하기도 했으나, 이제 그의 재산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AI 시장과 아들이 이끄는 부채 많은 미디어 기업(파라마운트)에 묶이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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