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패션은 드러내는 대신 ‘틈을 남기는’ 방식으로 말한다. 자크뮈스가 런웨이에서 선보인 허리선이 과감히 열려 있는 컷아웃 드레스와 질 샌더의 미세한 슬릿 팬츠처럼 완벽하게 닫히지 않은 공간이 오히려 긴장감과 세련됨을 만든다. 워치메이킹에서도 이런 미학은 통한다. 숫자와 인덱스를 덜어내고, 작은 창문을 의미하는 ‘아 기셰A‵ Guichets’ 디자인이 주목받고 있다.
조각형 표시 창이 현대 감성을 선사하는 땅부르 컨버전스 워치는 6천40만원, Louis Vuitton.
루이 비통의 땅부르 컨버전스는 그 정점에 있다. 20세기 초중반 아르데코 시계에서 영감을 받아, 두 개의 창 속에서 시와 분이 천천히 이어지듯 흐르는 드래깅 아워 디스플레이는 시간 흐름마저 시적으로 바꾼다. 루이 비통은 시간을 읽는 작은 틈 속에 장인 정신과 미학적 질서를 담았다. 그건 루이 비통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시간의 틈’일지도 모른다.
Copyright ⓒ 엘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