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THE SHOTS
게임의 흐름을 바꾸는 건 언제나 결정적 한순간이다. K팝 아이돌 신에 전에 없는 자유로운 애티튜드로 신선하게 등장한 모어비전의 첫 아이돌 ‘롱샷’.
(왼쪽부터) 오율이 입은 퍼 재킷은 Misbhv. 스웨트팬츠는 Acne Studios. 헤어밴드는 Zara. 우진이 입은 체크 트랙 재킷, 팬츠, 스카프는 모두 Burberry. 률이 입은 레오퍼드 퍼 재킷은 Bonbom. 팬츠는 Hed Mayner.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루이가 입은 스웨트셔츠는 Chrome Hearts. 브리프,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은 Diesel. 모자는 Surgery. 스카프는 Jean Paul Gaultier.
윈드브레이커는 Arcteryx. 팬츠는 Balenciaga. 슈즈는 Rick Owens × Converse.
(위) 재킷은 RRR by Mue. 팬츠는 Thug Club. 캡은 Misbhv. (아래) 스웨트셔츠는 Chrome Hearts. 브리프,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모자는 Namesake. 재킷, 슬리브리스 톱,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벨벳 세트업은 Lgb by BOONTHESHOP. 워커 부츠는 Gmbh.
률이 착용한 재킷, 팬츠는 Diesel. 모자는 Surgery. 스카프는 Jean Paul Gaultier. 슈즈는 Balenciaga. 이너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우진이 착용한 모자는 Namesake. 팬츠는 Natasha Zinko. 슈즈는 Amiri. 재킷, 슬리브리스 톱,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율 눈이 흩날리는 촬영장. 눈송이를 보고 자유롭게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몸을 움직이는 멤버 사이에서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네고 스태프들을 살갑게 챙기는 오율은 천생 리더의 인상이었다. “집에서는 막내인데, 팀을 이끌어가게 되면서 줏대 있는 스타일이 되고 싶어졌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걸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요즘 멤버들에게 자주 말하는 단어도 ‘정신력’이에요. ‘그냥 하자. 일단 하고 생각하자.’ 이 말을 자주 하는 것 같아요.” 동갑인 멤버 률이나 동생 우진이 힙합과 랩에 방대한 관심을 가진 반면 오율은 나직한 저음과 하이톤을 넘나드는 보컬을 맡고 있다. “2018년, 초등학교 6학년 때 에드 시런의 〈÷(divide)〉 앨범을 접한 순간, 딱 느낌이 왔어요. 원래는 파일럿이 너무 되고 싶었는데 어쿠스틱하게 기타 치고 노래하는 걸 되게 좋아하게 됐죠. 노래부르면 그냥 행복해져요.” 전 멤버가 작사·작곡에 참여한 데뷔 EP 〈SHOT CALLER〉를 완성하는 과정은 율에게 기분 좋은 자극이자 새로운 세계였다. “다들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샘솟아서 동생들과 친구에게 많이 배웠어요. 랩이나 힙합과는 살짝 거리가 있었는데, 음악이 얼마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지 알게 됐죠. 창작에 대한 열정도 더 갖게 됐고요.” 데뷔를 앞둔 지금, 오율의 꿈은 더 먼 곳을 본다.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 것만 것만큼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요? 1집, 2집 저희의 색이 분명한 곡들이 쌓여 단독 콘서트를 열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률 “제가 〈바자〉 화보 많이 찾아봤거든요. 진지하고 시크한 느낌이 나더라고요. 평상시 사진 찍을 때 많이 웃는 편인데, 좀 달랐어요. 이제 진지한 표정도 해봐야 하니까 거울 보면서 계속 연습했어요.” 첫 화보를 앞둔 소감을 큰 눈을 꿈뻑이며 말하는 률의 말투에는 특유의 리듬 같은 게 있다. 여유를 아는 성격이라 짐작했는데, 대답이 막히면 얼굴 근육을 마구 구긴 채 싱긋 웃어버리는 모습에서 숨길 수 없는 장난기가 묻어났다. 률은 지난해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랩퍼블릭〉에서 강렬한 트랩을 내뱉던 모습으로 대중에 공개됐다. “랩을 처음 해야겠다 마음먹은 건 15살이었어요. 아버지가 DJ로 일하셨고, 힙합을 좋아하셨거든요. 나스, RUN -DMC. 어릴 때부터 올드스쿨 힙합을 동경했죠. 처음 좋아하게 된 장르도 붐뱁. 제 스타일을 찾게 된 건 트랩이에요. NLE 차파의 과격한 랩을 보고 완전히 이끌렸거든요. 무대에서 장난스럽게 즐기는 모습도 닮고 싶어요. UK 개러지, 절크, 사실 랩이면 스타일을 가리지 않고 좋아해요!” 힙합에 관한 대화에는 쏟아내듯 말을 이어간다. 말의 속도는 느린 편이지만 또렷이 문장을 끝맺는다. 붐뱁 사운드가 선명한 데뷔 EP의 첫 번째 트랙 ‘Backseat’는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어 마음에 꼭 드는 곡이라고. “하루 종일 멤버들과 음악 얘기를 하거든요. 저는 힙합의 본질,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우진이는 트렌디하고 색다른 아이디어를 줘요. 오율은 알앤비나 팝적인 의견 많이 내고, 루이는 그냥 재능이 엄청 많아서 어느 장르든 멋있는 그림이 나오는 친구예요. 롱샷의 최종 목표는 아티스트. 아티스트라고 불려도 부끄럽지 않은 타이틀을 갖고 싶은 거예요. 눈치 안 보고 끝까지 밀어붙여야죠.”
우진 데뷔 전 공개된 롱샷의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모어비전 대표 박재범은 ‘마지막 기회’라고 말하던 우진을 기억한다고 했다. 13살에 캐스팅을 받고 대형 소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이어온 우진은 촬영장 카메라 앞에서도 자신감 넘치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있다. “저는 항상 ‘왜?’인지 질문을 많이 하고 과도하게 솔직한 편이에요.(웃음) 지금은 많이 혼날 수는 있지만, 나중엔 매력이 되지 않을까요? 자아가 생길 때쯤 연습생 생활을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 생활에 녹아 있었는데, 점점 내 스타일, 내가 좋아하는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이든 보여지는 모습이든. 모어비전에 지원할 때 저는 정말 절실했어요. 오디션도 아예 없었는데 네이버 메일로 자기소개 영상을 보냈죠.” 아이돌 그룹이 데뷔 전 직접 작사·작곡한 믹스테이프를 선보이는 이례적인 행보에서, 우진은 롱샷의 첫 번째 믹스테이프의 데모를 맡았다. “‘좋은 마음으로’라는 곡은 진심을 쏟아낸 곡이이에요. ‛곧 해낼 것 같아 엄마의 아들이, 곧 해낼 것 같아 아빠의 아들이.’ 이런 가사가 있는데, 연습생 6년 차니까 저는 부모님께 회사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말을 잘 안 하거든요. 이제 해낼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좋은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이런 내용을 쓰고 싶었어요.” 머지 않아 세상에 공개될 데뷔 EP에도 혼자 작곡한 곡을 팀 곡으로 발전시킨 ‘Never Let Go’를 포함해 우진이 참여한 곡들이 가득하다. 10대 내내 그토록 바라던 데뷔를 앞두고 들뜰 법도 한데 우진의 꿈은 진중하다. “대표님과 팀장님들, 멤버들. 우리의 관계가 계속 똘똘 뭉쳐서 다 오래 갔으면 좋겠어요. 주위에 좋은 사람이 있는 게 제 삶엔 너무 중요해요.”
루이 2010년생, 프랑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1년 반이라는 짧은 연습생 기간. 몇 가지 정보만 갖고 마주한 팀의 막내 루이는 주위 공기를 차분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멤버 중 유일하게 MBTI ‘F’인 루이는 “형들과 달리 쉽게 울고, 생각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첫 인터뷰를 앞두고 온몸으로 수줍음을 숨기지 않는 모습이 모어비전 오디션 영상 속 13살의 소년이 키만 186cm로 자란 듯 풋풋한 인상이 느껴졌다. 부드럽지만 단단함이 느껴지는 미성의 목소리. 루이는 자신의 장점에 관해 영민하게 알고 있다. “되게 젊은 목소리라고 생각하고요. 팝 쪽에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사람들 댓글 보면 어린 저스틴 비버 같다고….(웃음) 힙합을 할 땐 또 다른 느낌이 나오지만요. 힙합 곡 작업을 할 때는 영 서그를 디깅하고, 팝스러운 작업을 할 때는 포스트 말론을 좋아해요.” 패션 스타일에 관해서도 확고한 취향이 있다. “가장 좋아하는 패션 아이템은 부츠예요. 부츠를 모으고 있어요. 그냥 제 발에 딱 맞고 저한테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팀의 정체성에 관한 주관도 선명하다. “어렸을 때부터 농구를 좋아해서 ‘불가능한 상황에서 들어가는 슛’인 롱샷이라는 이름이 특별하게 느껴져요. 제 포지션은 슈팅 가드였어요. 우리 팀은 되게 날것의 자연스러운 팀이라고 생각해요. 언더독 느낌이 있죠. 그런 이미지를 사람들이 이해하고 사랑해줬으면 좋겠어요. 처음엔 낯설지 몰라도 묵묵히 자기만의 것을 만드는 그룹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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