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목소리, 정책에 담기도록 가교 역할…집행부 견제도 충실"
"후반기 의원 간 불협화음 속죄…잃어버린 신뢰·애정 되찾을 것"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이성룡 울산시의회 의장은 27일 "'도전과 모험'이라는 울산의 유전자가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기적을 창조하는 동력이 되도록 시의회가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이날 연합뉴스 신년 인터뷰에서 "현장 여론이 집행부 정책에 반영되도록 시의회가 가교 역할을 잘했다고 자부한다"면서 "의원 간 불협화음으로 시민께 불편을 안기기도 했지만, 속죄하는 마음으로 의정활동에 매진해 잃어버린 신뢰와 애정을 되찾겠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 의장과 일문일답.
-- 제8대 의회가 6개월가량만 남았다. 소감은.
▲ 후반기에는 (의장 선거에서 불거진 무효표 논란으로) 혼란을 수습하는 시간이 길었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했다. 의원 개인은 물론 시민들에게 많은 불편과 피해를 안겼지만, 일정 정도 성과도 거두었다. 시민과 울산을 위해 해야 할 일은 했고, 할 말도 했다고 자평한다. 결승선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남았기에 기록 경신보다는 끝까지 완주한다는 마라토너의 심정으로 열정을 불사르겠다. 인생도 의회도 100m 달리기가 아니라 42.195㎞ 마라톤이라고 생각한다.
-- 시의원 의석 대다수가 울산시장과 같은 국민의힘 소속이어서 집행부 견제 역할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어떻게 평가하나.
▲ 다수 의석이 같은 정당 소속이라고 해서 집행부를 무조건 옹호하거나 견제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정당과 생각은 다를 수 있어도, 울산의 발전과 시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겠다는 것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선거 과정에서 내 편, 네 편은 있을 수 있겠지만, 결과가 확정되는 순간부터는 소속 정당이 아니라 울산과 시민의 이익과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울산시의회는 집행부에 대해 감시와 견제를 한순간도 등한시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 울산시는 'AI 수도 도약'에 총력을 쏟고 있는데, 시의회 역할이 있다면.
▲ 울산은 '산업 수도'에 더해 'AI 수도'를 대내외에 선포했다. AI 시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적기에 변화의 흐름에 맞는 정책적 전환이라고 생각하며, 이제 적시에 AI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울산의 역량을 보여줄 때라고 생각한다. 이미 울산시는 AI 시대에 걸맞은 조직을 신설해 가동에 들어갔으며, 경험과 실력이 검증된 전문가를 영입할 준비도 마쳤다.
전초기지 역할을 할 데이터센터 건립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정부가 추진하는 AI 고속도로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 울산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발굴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시의회에서도 집행부가 의욕적으로 시동을 건 AI 수도의 완성을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협조할 것이다. 필요한 조례를 만들고, 예산도 과감하고 신속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 '도전과 모험'이라는 울산의 유전자가 AI 분야에서도 기적과 신화를 창조하는 동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 2025년 한해 시의회가 이룬 성과는. 반대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 의사당 안 회의실과 의사당 밖 현장을 빠르고 폭넓게 접목했다는 점을 성과로 꼽고 싶다. 회의실에서는 정책과 사업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데 주력했고, 현장에서는 시민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경청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머리 위 이상과 발밑의 현실은 항상 괴리가 있기 마련이다. 현장의 여론이 온전히 담기지 않은 정책과 사업은 공허하고 일방 독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집행부의 독주는 결국 행정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아무리 취지와 방향이 좋아도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면, 모래 위에 성을 쌓는 일이 될 수 있다. 집행부와 시민의 간극을 좁히고 정책과 사업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내려면, 늘 시민 곁에서 활동하는 시의회가 조정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울산시의회는 시민과 집행부를 연결하는 가교로서 자리매김했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부분은 의원 간 불협화음이 상당 기간 지속되는 바람에 총력 대응할 수 있는 동력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 미흡한 부분은 남은 임기에 속죄하는 심정으로 개선하고, 시의회가 잃어버린 신뢰와 애정을 되찾도록 하겠다.
-- 울산시의회가 나아갈 방향과 각오는.
▲ 시의회는 민의의 전당이다. 민의는 생각과 입장의 차이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다. 옳고 그름이 명확한 것은 분명한 선을 긋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의회는 무지개 의회 또는 비빔밥 의회가 되어야 한다. 다양한 색깔을 인정하고, 서로 다른 재료가 어울려 조화롭게 화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수당은 소수당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소수당은 다수당의 결정을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과정은 치열하게 경쟁하되, 결정은 통 크게 인정해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지양하고, 당리당략이 아니라 오로지 울산과 시민을 위해 감시·견제하면서 대안도 제시하는 성숙한 의정활동을 펼쳐나가야 한다. 이는 8대 의회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시의회 구성원들이 가져야 할 자세이자 마음이어야 한다. 시의회가 중심을 올곧게 잡을 때, 울산은 적토마처럼 힘차게 내달릴 수 있고, 시민의 삶은 한층 더 풍요롭고 윤택해질 수 있을 것이다. 시민 곁에는 시의회가 있다는 믿음을 심어줄 수 있도록 의정활동에 매진하겠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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