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정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고교학점제TF 팀장은 26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고교학점제에서 학점 이수 기준에 학업성취율을 반영하려면 기초학력 저하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내년 3월부터 중등교사노동조합(중등교사노조)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김 팀장은 그간 고교학점제 개선 방향에 관한 의견을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등에 전달해왔다.
김 팀장이 이같이 발언한 것은 국교위가 최근 공개한 고교학점제 개편안에 현장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국교위는 고교학점제의 학점 이수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개정안을 지난 19일 행정예고했다.
그러면서 공통과목의 학점 이수 기준에 출석률과 학업성취율을 모두 반영하고 선택과목은 출석률만 반영하라고 교육부에 권고했다. 또 학생이 학업성취율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시행하는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최성보)의 보완 방안을 마련하고 최성보 외에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이수 기회를 준비하라고 권고했다.
김 팀장은 이를 두고 “원인을 잘못 짚은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학업성취율을 충족하지 못하는 학생들 중에는 초등학교 단계부터 기초학력 부진이 누적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해당 학생들에게 많은 시간을 들여 초~중학교 단계의 학습내용부터 가르쳐야 하지만 교사들은 지금도 수업 준비와 행정업무, 학습·진로 지도 등으로 업무부담이 크다. 학업성취율을 채우기 위한 최성보를 진행하기에도 바빠 초~중학교 수준의 내용을 가르칠 여유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김 팀장은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상대로는 최성보를 진행해도 교육효과가 크지 않다”며 “현재로선 최성보든 온라인 학교든 학점 이수 요건만 채우기 위한 실효성 없는 활동”이라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기초학력 저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기초학력 전담교원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올해 전국에 배치된 기초학력 전담교원은 332명이다. 반면 고등학교 진학 전 단계인 중학교는 전국 기준 3292개다. 기초학력 전담교원을 1명이라도 둘 수 있는 중학교는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김 팀장은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어떤 교과의 어느 단원부터 부족한지 파악하려면 1대 1 맞춤형 학습을 해야 하고 그래야 교육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기초학력 전담교원을 대거 늘리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초학력이 받쳐줘야 최성보의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기초학력 보장 없는 최성보는 ‘낙인 찍기’라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성보를 받는 학생들에게 수치심을 줘 자신감을 떨어트리고 학습 의욕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기초학력이 부족한 고1 학생 중 초등학교 단계부터 학습 결손이 쌓여온 경우가 있었는데 최성보를 해도 나아지지 않았다”며 “이 학생은 나중에는 최성보 대상자인 게 너무 부끄럽다며 자퇴까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학점 이수 기준에 학업성취율을 반영할 계획이라면 유예기간이라도 둬서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끌어올릴 시간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며 “초~중학생 시절부터 기초학력을 높이는 방안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