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주식시장이 2025년 사상 최고 수준의 강세를 기록했지만, 새해를 향한 전망에는 점차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 무역 갈등과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도 상승을 이어온 랠리가 상당 부분 소화됐다는 판단과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뉴스 텔레비전 채널에 따르면 2025년 독일 대표 주가지수인 DAX는 상반기 내내 기록적인 흐름을 보였다. 무역전쟁과 지정학적 긴장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10월 초에는 2만4,771포인트까지 오르며 연초 대비 약 5,000포인트, 24% 상승을 기록했다. 이후 조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강한 성과를 유지했다.
시장을 끌어올린 배경으로는 국가 투자 확대 계획, 미국과 유럽의 금리 인하 기대,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성장이 꼽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호재 상당 부분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독일 금융권에서는 2026년을 앞두고 주식시장의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모리츠 크레이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여전히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이라며 “이 같은 정책 기조가 지속된다면 기업들이 중장기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과 그에 따른 긴축적 통화정책 가능성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약세가 두드러진다. 2025년 한 해 동안 달러 지수는 9% 이상 하락한 반면, 유로화는 달러 대비 약 13%포인트 상승했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연방준비제도의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 무역 분쟁 재점화 가능성이 달러 약세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독일 상업은행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은행은 2026년 말까지 유로·달러 환율이 1.22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도 압박 요인은 늘고 있다. 독일 정부가 방위와 인프라 투자를 위해 대규모 국채 발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기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은행은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3%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역시 재정 부담 확대와 통화정책 신뢰 문제로 장기 국채 수익률이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며, 2026년 말에는 4.5%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유 시장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이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요 회복이 제한적인 가운데, **OPEC+**의 증산 기조가 이어지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금융기관들은 2026년 말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금 시장에 대해서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관세 갈등과 지정학적 리스크, 달러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금이 변동성 헤지 자산으로서 매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평가다. Deutsche Bank와 주요 투자기관들은 중앙은행 수요와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를 근거로 금값이 중장기적으로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5년의 강력한 랠리는 독일 금융시장의 저력을 보여줬지만, 향후에는 주식·채권·외환·원자재 전반에서 보다 복합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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