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역의 양계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면서 계란 가격이 다시 한 번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급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자 부담은 물론 식품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26일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 계란 가격의 지표로 여겨지는 JA 전농중호 계란 기준 가격은 킬로그램당 345엔까지 상승했다. 이는 2023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350엔에 근접한 수준으로, 불과 2년 만에 다시 고점 문턱에 도달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AI 확산세가 이어질 경우 가격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현장의 긴장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을 운영하는 아키바 히로미치 씨는 “감염 지역이 계속 넓어지면 경영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다음 발생 지역이 어디가 될지 알 수 없어 마치 러시아 룰렛을 하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그는 25일, 일본의 대표적인 가금류 생산지인 이바라키현의 한 양계장에서 확진 사례가 확인되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바라키현에 위치한 그의 매장에서는 매주 일요일 계란 200상자를 개당 88엔(세금 별도)에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판매를 시작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매번 완판되는 상황이다. 아키바 씨는 “개업 이후 한 번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지만, 현재는 사실상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체감 부담도 크다. 30대 주부 A씨는 “아이가 성장기라 계란은 꼭 필요한 식재료”라며 “생선이나 고기는 줄이더라도 계란만큼은 사야 해서 식비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계란이 ‘마지막으로 남은 단백질 공급원’이 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식품 제조업계 역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푸딩과 슈크림 등 계란 사용 비중이 높은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서양 과자 제조업체 몬테르의 경우, 계란 구매 가격이 11월 기준으로 이미 2023년 최고치 수준에 도달했다. 회사 관계자는 “원가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이 언제 진정될지 불확실한 가운데, 일본 사회 전반에서는 계란 가격의 추가 상승과 이에 따른 물가 압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방역 강화와 함께 중장기적인 가금류 공급 안정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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