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팀이 체포 방해, 계엄심의권 침해, 허위 계엄선포문 혐의 등 윤석열 전 대통령의 추가 기소 사건 재판에서 총 징역 1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최후진술을 통해 12·3 비상계엄 선포는 거대 야당의 독재정치에 국민들을 깨우기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내달 16일 윤 전 대통령 추가 기소사건에 대한 1심 선고를 할 계획이다.
체포방해 징역 5년·계엄심의권 침해 3년·허위 계엄선포문 2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는 26일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특검은 체포 방해 혐의는 징역 5년, 국무위원 심의·의결권을 침해하고 외신 기자들에게 허위 사실을 전파한 혐의, 비화폰 관련 증거인멸 혐의에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계엄선포문 사후 작성·폐기 혐의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박억수 특검보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기관을 사유화한 중대 범죄"라고 정의했다.
이어 "헌법을 수호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해야 할 피고인이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아전인수격으로 남용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대한민국 법질서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피고인을 신임해 대통령으로 선출했던 국민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고 지적했다.
박 특검보는 "피고인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반성 및 사죄를 전하기보다는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 수사 절차 위법성을 반복 주장하면서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자신의 명령을 따른 하급자에게 책임 전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으로 인해 훼손된 헌법과 법치주의를 바로세우고 다시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최고 권력자에 의한 권력남용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은 특검의 중형 구형에도 정면만 응시했다.
이 사건 재판부는 ▲국무위원의 계엄 심의·의결권 침해 ▲계엄선포문 사후 작성·폐기 ▲비상계엄 이후 허위 공보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체포영장 집행 저지 등 5가지 혐의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외관만 갖추려고 자신에게 우호적인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함으로써 회의에 참석지 못한 국무위원 9명의 헌법상 권한인 계엄 심의·의결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지난 7월 구속기소 했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해제 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부서(서명)한 문서에 의해 계엄이 이뤄진 것처럼 허위 선포문을 만들고, 대통령기록물이자 공용 서류인 이 문건을 파쇄해 폐기한 혐의도 받는다.
또 '헌정질서 파괴 뜻은 추호도 없었다'는 허위 사실이 담긴 PG(프레스 가이던스·언론 대응을 위한 정부 입장)를 외신에 전파하도록 지시한 혐의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의 비화폰 통신 기록 삭제를 지시하고 대통령경호처에 올해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도록 한 혐의도 있다.
尹 "국회 독재로 국정 마비…비상 사태 원인"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약 1시간 동안 최후진술을 했다. 최후진술은 비상계엄 선포는 당시 야당이 헌정질서를 붕괴시켰기 때문이었다는 기존 주장이 반복됐다.
그는 "반헌법적인 국회 독재로 인해 국정이 마비되고 권력분립이나 의회민주주의라는 헌정질서가 붕괴하고 있는 상황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서 비상계엄을 결심하게 됐다"며 "국가 비상사태를 일으킨 원인이 국회고, 거대 야당이기 때문에 국민들을 깨우고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와 국정에 무관심하지 말고 제발 일어나서 관심 가지고 비판도 해달라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사를 오래 했던 사람으로서 공소장 범죄사실을 딱 보니까 참 코미디 같은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대통령이 계엄 해제 했는데도 막바로 내란 몰이하면서 관저에 밀고 들어왔는데, 얼마나 대통령을 가볍게 보면 하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란 재판에서 제가 뭘 막았다고 했던 질문들이 족족 깨지고 있고, 의원을 끌어내라, 체포해라 얘기는 거의 무너졌다고 생각된다"면서 자신은 무고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서는 "영장이 발부된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검경은 자기들이 관저를 수색해서 들어가서 체포하고 구속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공수처가 그야말로 정치 수사에 나선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말고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재판부는 앞선 공판에서 내년 1월 16일 선고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내란 특검법상 1심 선고가 공소 제기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본류'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이 마무리된 이후로 선고를 미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도 윤 전 대통령 측은 최종 변론에서 선고기일이 연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 해 수사받고 기소돼 현재까지 이 법원의 다른 재판부에서 수십 회의 공판기일에 많은 수의 증인과 증거조사가 현재까지 이뤄지고 있고, 재판이 종결이 안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이 사건의 공소사실은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부수적인 행위들이거나 그에 대해 실시됐던 공수처의 수사와 관련된 행위들에 관한 것이므로, 내란 사건의 결론과 법적 평가가 직접 관련된다"며 "따라서 내란 사건의 판결이 선고된 뒤에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이 선고되는 것이 극히 합리적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앞선 예고대로 1월 16일 오후 2시에 선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될 경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비상계엄 관련 4개 재판은 물론 윤 전 대통령이 기소된 7개 재판 중에서도 첫 선고가 나오는 것이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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