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
최근 인스타그램과 엑스(X·옛 트위터) 등 SNS에서는 '이 지긋지긋한 가난'이라는 문구와 함께 고가의 소비를 드러내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가난 밈' 챌린지 논란?
온라인 커뮤니티
이른바 '가난 밈'은 글로는 가난하다고 하소연하면서 그와는 정반대의 사진을 함께 올리는 행위를 뜻합니다. '웃자고 하는 장난'이라는 호응도 있지만 지나친 가난의 희화화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비행기 일등석 사진, 외제차 스마트키, 명품 구매 인증 사진 등에 '가난'을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문구를 덧붙이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수영장 갈 돈이 없어서 집에서 논다"며 호화로운 수영장에서 놀고 있는 모습, "언제쯤 컵라면에서 벗어나냐"며 컵라면 위에 5만원짜리 돈다발을 올려둔 사진 등이 댓글로 달렸습니다.
또 "지독한 가난 때문에 마일리지와 포인트로만 여행을 다닐 수 있네요"라며 근사한 숙소 욕실을 찍어 올린 게시글도 있습니다. 이에 "이런 고급진 가난쟁이", "상위 10%의 가난은 이렇구나", "그 가난 저한테 좀 물려주세요" 등 재밌다는 호응이 이어졌습니다.
"가난 밈, 유행해서는 안 돼"
온라인 커뮤니티
그러나 선을 넘은 가난의 희화화라는 비판도 거셉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느끼는 현실적 고통을 무시하며 가난을 놀이 소재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대학생 김모(24) 씨는 25일 "저건 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며 "자랑하고 싶으면 그냥 자랑하면 될걸 왜 가난을 붙여 올리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아무리 스쳐 지나가는 밈이라고 해도 저런 게 유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지난 20일 스레드 이용자는 "미안한데 가난 밈은 하지 맙시다. 진심입니다"라고 올린 글에 하트 2천600여개, 댓글 400여개가 달렸습니다.
댓글에는 "가난은 장난이나 농담의 소재가 아닌데", "욜로 이후의 최악의 밈", "장난칠 게 따로 있지"등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김동완 "타인의 결핍 소품화"
도둑 맞은 가난
온라인 커뮤니티
가수 겸 배우 김동완도 가세했습니다.
그는 21일 스레드에 "이걸 자조 섞인 농담이라고 하기엔 타인의 결핍을 소품으로 다루는 것처럼 보인다"며 "웃기기 위해 할 수 없는 말들이 있고, 지양해야 할 연출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지금도 돈이 없어 삼각김밥 하나를 살지 말지 고민하는 대학생들의 손에 먹고살기 위한 폰이 쥐어져 있으니. 단톡방에서만 하시길. 그래서 난 단톡을 안 하지만"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가난 밈'을 두고 박완서의 소설 '도둑맞은 가난'이 소환되기도 했습니다.
주인공이 하룻밤에 연탄 반 장을 아끼기 위해 도금공장에서 일하는 청년과 동거를 하지만, 알고보니 그 청년이 빈민가에 가난을 체험하러 온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누리꾼들은 1975년 발표된 해당 단편소설이 현재 SNS에 유행처럼 번지는 '가난 코스프레'를 꿰뚫는다고 지적합니다.
Copyright ⓒ 살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