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당들이 통일교 정치권 금품 로비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개혁신당, 조국혁신당이 각각 제출한 법안은 특검 추천 방식과 수사 범위에서 차이를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변협·법학교수회·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추천
더불어민주당은 26일 오후 '통일교와 신천지의 정치권 유착 및 비리 의혹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이용우 원내부대표(법률위원장), 김현정 원내대변인이 발의했다.
민주당안은 대한변호사협회, 한국법학교수회,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각각 특검 후보 1명씩을 추천하도록 했다. 세 기관이 추천한 3명의 후보 중에서 대통령이 1명을 최종 임명한다.
이용우 원내부대표는 "검찰과 법원을 추천 기관에 포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제외했다"며 "법무부도 오해의 소지가 있어 뺐다"고 밝혔다.
수사 범위는 통일교뿐 아니라 신천지까지 포함했다. 2022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신천지 신도들이 대거 입당한 의혹도 수사 대상에 들어간다. 당적 보유자나 통일교·신천지 교인은 특검 임명에서 배제된다.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포함 최장 170일이며 특검 인력의 규모는 총 154명 이다. 본 수사 90일에 대통령 승인 시 30일 연장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12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일인 내년 1월 8일 이전 처리를 목표로 했다.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기본적으로 야당과 합의 처리가 좋지만 반드시 특검법안을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개혁신당 '법원행정처 추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23일 공동으로 곽규택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과 이주영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이 특검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양당 법안은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3일 내에 1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며 대통령이 기한 내 임명하지 않으면 연장자가 자동 임명된다.
이는 21일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 후 합의한 내용을 법제화한 것이다.
수사 범위는 ①통일교의 정치인 대상 금품·불법 정치자금 제공 및 수수 의혹, ②통일교 신도의 조직적 당원 가입 및 당내 영향력 행사 의혹, ③민중기 특검 및 대통령실 등 관계 기관의 수사 은폐·무마·지연 의혹, ④한학자 총재 회동 또는 요청·주선 관련 로비 의혹으로 총 네 가지다.
수사 인력은 특별검사보 4명, 특별수사관 80명 이내를 두고, 파견 공무원은 100명 이내에서 요청 가능하며 수사 준비기간 20일, 기본 수사기간 90일, 30일씩 2회 연장 가능으로 최장 150일이다.
조국혁신당 '피의자 소속 정당 추천권 배제'
조국혁신당은 23일 서왕진 원내대표와 신장식 최고위원, 차규근 의원이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불법 정치자금 제공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혁신당안의 핵심은 피의자 소속 정당의 추천권 배제 조항이다. 법안 시행일 당시 경찰 등 수사기관에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이 소속되거나 범죄행위 당시 소속된 정당은 특검 추천권을 행사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인사들이 통일교 금품 의혹에 연루된 상황에서, 피의자 입건 시 혁신당이 추천권을 갖게 되는 구조다.
특검 후보는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 중 최다 의석 단체(혁신당)가 2명을 추천한다. 서왕진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피의자로 조사받는 상황이라면 혁신당이 단독 추천하는 것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라고 밝혔다.
수사 인력은 파견검사 30명, 파견공무원 60명을 요청할 수 있다. 수사 준비 20일, 기본 수사 90일, 30일씩 2회 연장 가능으로 최장 150일이다.
각 정당마다 특검 추천 방식과 수사 범위 달라
특검 추천 방식에서 세 법안의 차이가 가장 크다. 민주당은 변협·법학교수회·로스쿨협의회가 각각 1명씩 총 3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임명하는 방식을 택했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법원행정처가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는 구조다. 조국혁신당은 피의자 소속 정당을 배제하고 혁신당 등 비교섭단체가 2명을 추천하도록 했다.
수사 범위도 다르다. 민주당안은 통일교에 신천지까지 포함시켜 2022년 대선 경선 당시 신천지 신도의 국민의힘 입당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넣었다. 국민의힘·개혁신당안은 민중기 특검의 수사 은폐·무마 의혹을 명시적으로 포함시켰다. 조국혁신당안은 통일교 불법 정치자금 제공 사건 등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했다.
수사 기간은 민주당안이 최장 170일로 가장 길다. 국민의힘·개혁신당안과 조국혁신당안은 준비 20일에 본수사 90일, 연장 60일을 합쳐 최장 150일로 동일하다.
특검팀 규모 면에서는 국민의힘·개혁신당안이 특검보 4명, 수사관 80명, 파견공무원 100명으로 가장 크게 설계했다. 조국혁신당안은 파견검사 30명, 파견공무원 60명을 명시했다. 민주당안은 특검팀 규모에 대한 구체적 명시가 없다.
법사위 거쳐야…연내 처리는 '불투명'
민주당은 26일 법안 발의 후 29일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하고 30일 의원총회를 거칠 예정이다. 민주당은 1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내년 1월 8일 이전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정교유착은 우리 헌법에서 엄중히 금지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통일교 특검을 가장 빠른 시일 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야가 30일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처리하려면 그 전에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한다. 현재 여야가 추천권을 놓고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는 상황에서 법사위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더라도 법사위 등 남은 절차를 감안하면 연내 본회의 처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통일교 특검법 논의는 연초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언급했지만, 민주당은 "최장 330일까지 걸리는 패스트트랙은 사실상 슬로우트랙"이라며 일축했다.
與 "통일교·신천지 개입 성역없이 밝혀내자"
野 "민주당 특검법 시간 벌기 위한 '무늬만 특검법'"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6일 서면 논평에서 "오늘 통일교 특검법을 제출했다. 대한변호사협회, 한국법학교수회,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특검 후보를 각각 1명씩 추천하는 '제3자 추천 방식'"이라며 "국민의힘이 통일교 특검을 주장해 온 것이 진심이었다면, 지금 당장 만나 속도감 있게 추진하자"고 밝혔다.
그는 "통일교만 떼어놓고 볼 일도 아니다. 최근 대선, 총선 국면을 거치며 신천지가 신도들을 조직적으로 당에 가입시키거나 특정 지역으로 위장전입을 유도한 정황 등이 제기됐다"며 "통일교뿐만 아니라 신천지 개입 의혹까지 성역 없이 밝혀내자"고 강조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26일 서면 논평을 내고 "더불어민주당이 자신들이 직접 통일교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진상 규명에 나서는 척을 하더니 실상은 수사의 본질을 훼손하고 시간을 벌기 위한 '무늬만 특검법'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수사 범위에서 현 정권에 불리한 대목은 모조리 도려낸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며 "진정으로 성역 없는 수사를 원한다면 수사 대상을 인위적으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모든 의혹을 투명하게 포함시키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5일 서면 논평을 통 "여야 모두 의혹에 연루된 만큼 양측 정당 모두 추천권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야가 추천권에서 합의하지 못하면 통일교 특검법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특검 추천 방식을 둘러싼 여야의 협상력 대결이 통일교 사건 진상 규명의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폴리뉴스 박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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