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IS)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기독교인에 대한 폭력을 문제 삼아 나이지리아를 특별우려국(CPC)으로 지정했는데, 전문가들은 복합적 이유로 민간인 대상 폭력이 증가 중인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인을 겨냥한 폭력은 극히 일부라고 지적하고 있다.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오늘 밤 미국은 최고사령관인 내 명령으로 북서부 나이지리아에서 ISIS 테러리스트 쓰레기를 향해 강력하고 치명적인 공습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무고한 기독교인들을 겨냥해 잔혹한 살해를 저질러 왔다"며 공습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즘을 번성하는 걸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독교인 살해가 계속된다면 더 많은 테러리스트가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 수행 방식, 결과 등 구체적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미 아프리카사령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이지리아 당국과 협력해 25일 소코토주에서 공습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인 지난 10월31일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가 "실존적 위협"에 직면해 있고 기독교인들이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에게 살해되고 있다고 주장한 데 이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좌시할 수 없다"며 나이지리아를 종교 자유 침해 관련 "특별우려국(CPC)"으로 지정했다.
앞서 미 의회에선 복음주의 기독교인 집단을 지지 기반으로 둔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이 나이지리아 정부가 기독교인 박해를 방조하고 있다는 출처가 불분명한 주장을 내세워 나이지리아를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할 것과 나이지리아 관료들에 대한 표적 제재를 가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번 공습 사실을 확인했다. 나이지리아 외무부는 26일 성명을 통해 "테러리즘과 폭력적 극단주의의 지속적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해 나이지리아 북서부 테러리스트 목표물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다만 "기독교인, 무슬림, 다른 공동체 구성원을 향한 모든 형태의 테러 폭력은 나이지리아의 가치 및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모욕"이라며 공습 목적을 기독교인 보호에 한정하진 않았다.
나이지리아는 미국의 기독교인 박해 주장을 부인하는 입장이다. 볼라 아흐메드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미국의 특별우려국 지정에 반발해 지난달 2일 성명을 내 "나이지리아는 종교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는 확고한 민주주의 통치 체제"로 "나이지리아를 종교적 불관용 국가로 규정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억2천만 인구를 가진 나이지리아의 종교 분포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거의 반반씩이다.
전문가들은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인에 대한 폭력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전체 시민 대상 공격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종교적 동기에 의한 폭력도 있지만 극단주의 무장 조직 및 테러 단체와 반군의 폭력, 주로 기독교인인 농민 및 주로 무슬림인 목축업자 간 갈등, 분리주의 분쟁, 몸값을 노린 학생 납치 등 여러 동기에 의한 민간인 공격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AP> 통신은 미국에 기반을 둔 무력 분쟁 분석 단체 무력충돌위치·사건자료프로젝트(ACLED)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나이지리아에서 민간인 대상 공격이 1만1862건 일어나 2만409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이 중 385건이 기독교인을 겨냥한 종교적 동기 공격으로 집계됐고 이로 인해 317명이 숨졌다. 같은 기간 무슬림을 겨냥한 공격도 196건 일어나 417명이 숨졌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도 반드시 기독교인만 표적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을 보면 24일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주 마이두구리의 한 이슬람사원(모스크)에서 자살 폭탄 공격으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해 5명이 숨지고 35명이 다쳤다. 사건 배후는 이 지역을 근거로 활동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조직 보코하람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바 카칸다 나이지리아 대통령실 수석특별보좌관은 지난 10월 알자지라 기고에서 "나이지리아 내 분쟁은 민족, 토지 분쟁, 범죄 등 다면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고 종교는 부차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보코하람의 경우도 "서방 언론은 교회와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공격을 자주 부각하지만 사실 이 테러리스트들은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휘두른다. 이 단체는 기독교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지만 보코하람 희생자의 대부분은 무슬림"이라고 지적했다.
ACLED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종교적 정체성 관련 기독교인을 표적으로 삼은 공격은 나이지리아에서 보고된 민간인 표적 공격의 5%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기독교인에 대한 공격이 2020년 대비 2021년에 21%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같은 기간 정치적 폭력은 19%, 종교에 관계 없이 전체 민간인 공동체 대상 공격이 28%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기독교인에 대한 폭력 증가가 전체 정치적·민간인 대상 폭력 증가와 맞물려 일어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기독교인은 나이지리아에서 가장 빈번하게 표적이 되는 정체성 집단이 아니며 성별, 민족, 직업, 정부 소속 등을 이유로 공격 대상이 되는 비율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AP>는 래드 서왓 ACLED 아프리카 선임분석가가 "나이지리아의 많은 인구와 커다란 지리적 차이를 고려할 때 종교 폭력이 모든 폭력의 원인이라고 단정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IS 겨냥 공습은 지난 19일 시리아 내 IS 표적 공습 뒤 약 일주일 만이다. 미국은 지난 13일 시리아 중부 팔미라에서 미군 2명과 민간인 통역사 1명이 피격된 뒤 배후를 IS로 지목하고 지난주 시리아 중부 IS 거점 추정 장소 70곳 이상을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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