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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6일 오후 2시 제1호 소법정에서 ‘루이비통 말레띠에’가 리폼업자 이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침해금지 등 민사소송의 상고심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대법관 13명으로 구성된 전원합의체 사건에서 공개변론은 종종 이뤄지지만, 대법관 3명의 소부 사건 변론이 공개되는 것은 이날 공개변론까지 포함해 단 6번에 그칠 만큼 이례적이다.
이번 사건 결론에 따라 상표권의 권리범위, 리폼 행위의 허용 여부 및 그 범위 등 상표권 관련 실무에 미칠 파급효과가 큰 만큼, 전문가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판단에 신중을 기하고 나선 셈이다.
먼저 원고 측 참고인으로 나선 정태호 경기대 사회과학대학 교수는 “리폼업자인 피고의 리폼 행위는 이 사건 등록상표와 동일한 상표를 원 제품과 전혀 다른 새로운 상품의 출처표시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소유자가 스스로 하는 리폼은 상표적 사용이 아니지만, 제3자인 리폼업자의 리폼은 그 상품의 동일성을 해하는 정도에 이른다면 당연히 상표적 사용”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물품이 장래 교환가치를 가지고 유상으로 유통될 가능성이 있다면 상표법상 상품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 리폼 제품은 이미 리폼업자가 주문자에게 인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유통함으로써 상거래가 이루어졌고, 중고시장에서 명품 가방 거래시장도 활성화돼 리폼 제품이 장래에 상거래에 유통될 가능성도 충분하므로 상표법상 상품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리폼업자가 상표권자의 상표와 동일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한 상품에 사용한 경우이므로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리폼에 의해 제작된 새로운 가방이나 지갑은 상표권자인 원고에 의해 적법하게 승인된 제품이 아니므로 권리소진 원칙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피고 측 참고인인 윤선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리폼업자가 소유자의 개인적 사용을 위해 리폼한 제품을 다시 소유자에게 반환한 것은 상표적 사용으로 볼 수 없다”며 “리폼업자는 리폼 제품을 소유자에게 돌려주는 것일 뿐 상거래에 유통시키는 것이 아니므로, 리폼 제품은 상표법상 상품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원고와 피고는 동종·경쟁 관계에 있지 않고 리폼 제품은 소유자에게 반환돼 상거래에 유통되지 않으므로 소비자들이 상품출처를 오인·혼동할 가능성도 없다”며 “소유자가 개인적 사용 목적으로 리폼업자를 통해 리폼하는 경우에는 이미 상표권이 소진돼 상표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단 윤 교수는 “만약 리폼 후 그 리폼 제품을 다시 상거래 시장에서 업으로서 유통시키는 경우에는 상표권이 소진되지 않으므로 상표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리폼업자 이씨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고객에게 받은 루이비통 가방 원단을 재사용해 다른 크기와 모양의 가방과 지갑 등을 제작하고, 고객으로부터 제품 1개당 10만~70만원의 수선비를 받았다. 상표권자인 루이비통은 리폼 행위를 하고 대가를 지급 받은 이씨 행위가 상표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이씨 측은 명품 가방의 소유자는 개인적 사용을 위해 자유롭게 리폼할 수 있으며, 이 때 소유자가 직접 리폼하거나 리폼업자와 같은 기술적 전문가를 통해 리폼하는 것 모두 허용된다는 입장이다. 개인적 사용을 위한 리폼 행위인 만큼 상표권 침해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이씨 측 주장의 핵심이다.
1·2심에선 상표권자 측 청구를 일부 인용, 이씨에게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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