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면서 각국이 보유한 ‘미채굴 금 매장량’에 다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미 채굴된 금이 아니라, 경제성이 있어 향후 채굴이 가능한 금 자원이 어디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가 향후 글로벌 광업 투자와 공급 전략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떠올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2025년 1월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아직 채굴되지 않은 금 매장량은 일부 국가에 극단적으로 집중돼 있다. 상위 10개국이 전체 미채굴 금의 85%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평가 가치는 7조 달러를 웃돈다. 산정 기준은 금 가격 온스당 4,362달러다.
국가별 순위를 보면 러시아와 호주가 나란히 1위를 차지했다. 두 나라 모두 미채굴 금 매장량이 약 1만2000톤으로 추정된다. 현재 금 가격 기준으로 환산하면 각각 약 1조6870억 달러에 달한다. 단일 국가 기준으로도 압도적인 규모다.
러시아의 경우 시베리아와 극동 지역에 대규모 금 자원이 분포돼 있다. 크라스노야르스크와 마가단 지역을 비롯해 아무르, 추코트카 일대가 대표적이다. 혹독한 기후와 인프라 제약으로 개발 속도가 더뎠던 지역이지만, 매장량 자체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호주는 서호주(WA) 지역에 금 자원이 집중돼 있다. 일가른 크라톤(Yilgarn Craton)을 중심으로 이미 개발된 광산과 함께 미개발·저개발 광구가 광범위하게 남아 있다. 정치·제도적 안정성과 광업 인프라를 감안하면 실제 투자 매력도는 매우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3위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미채굴 금은 약 5000톤, 평가 가치는 7000억 달러를 넘는다. 한때 세계 최대 금 생산국이었던 남아공은 심부 광산 중심의 구조적 한계로 생산량이 줄었지만, 땅속 자원 자체는 여전히 막대한 수준이다.
4위는 인도네시아로 3800톤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캐나다(3200톤), 중국(3100톤), 미국(3000톤)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잇는다. 이들 국가는 현재도 주요 금 생산국이지만, 아직 상당한 규모의 미채굴 자원을 남겨두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페루(2500톤), 브라질(2400톤), 카자흐스탄(2300톤)까지 포함하면 상위 10개국 구성이 완성된다. 이들 국가만으로도 전 세계 미채굴 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의 존재감도 뚜렷하다. 가나(1000톤), 말리(800톤), 탄자니아(400톤) 등은 아직 대형 광산 개발 여지가 남아 있는 지역으로 분류된다. 남아공을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탐사 단계가 초기인 국가들이 많아 향후 투자 방향에 따라 매장량 평가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중남미에서는 페루와 브라질이 두각을 보인다. 풍부한 지질 자원과 비교적 낮은 채굴 비용이 강점으로 꼽히지만, 환경 규제와 정치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금 가격이 온스당 4000달러를 웃도는 환경에서는 과거에 경제성이 낮다고 판단됐던 광구도 다시 검토 대상에 오른다. 미채굴 금 매장량 순위는 단순한 자원 통계를 넘어, 각국의 중장기 자원 전략과 외교·산업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다만 매장량이 곧 생산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술 수준, 인프라, 환경 규제, 지정학적 리스크가 모두 변수로 작용한다. 특히 러시아처럼 제재 환경에 놓인 국가와 호주·캐나다처럼 제도적 안정성이 높은 국가 간 실제 투자 흐름은 상당한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금은 이미 캐낸 양보다 아직 땅속에 남은 양이 더 큰 자산으로 평가받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채굴 금 매장량 지도가 향후 글로벌 광업 산업의 방향을 가늠하는 기준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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