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심각하게 보고 있다”…여론 예의주시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취임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김 원내대표와 관련해 “이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어제 전화 통화에서 (김 원내대표가) 국민과 당원, 그리고 저에게 송구하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어 “당대표로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며 “며칠 후 원내대표가 정리된 입장을 발표한다고 하니 그때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굉장히 중하게 보고 있다”며 “민심의 흐름을 살펴보면서 입장 발표의 내용과 수위를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 안팎의 여론 추이를 지켜본 뒤 후속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최근 여론의 흐름은 김 원내대표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 역시 정치인 이전에 한 사람이다”면서 전 보좌진의 단톡방 대화 내용을 일부 공개하며 이들에게 도덕적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논란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재 김 원내대표를 둘러싸고는 호텔 숙박권 무료 이용, 배우자·며느리·손자 공항 의전 요구, 지역구 병원 특혜 진료 의혹 등이 제기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사세행)은 김 원내대표를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대로 된 의혹 해명은 커녕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진흙탕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김 원내대표가 제보를 받았다며 공개한 단체대화방 역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 원내대표가 제보자라고 지칭했던 전직 보좌진이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대화방 내용을 김 원내대표 쪽에 넘긴 사실이 없다”며 텔레그램 아이디를 도용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전직 보좌관 A씨는 서울 동작경찰서에 통신비밀보호법·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김 원내대표를 고소했다.
이어 이날 김 원내대표의 배우자가 서울 동작구의회에 배정된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보도까지 이어지는 등 김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연이어 확산되면서 당 지도부의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당 안팎에서는 지도부 차원의 보다 명확한 입장 정리와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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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의원직 내려놔야”…자진 사퇴는 미지수
야권 내에서도 김병기 원내대표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며 압박에 나서고 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정도 갑질이 드러났으면, 의원직도 내려놔야한다는 게 상식”이라고 했다. 그는 “특권의식에 취해 ‘갑질 3종세트’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별다른 거취 표명 없이 보좌관들과 드잡이를 하고 있다”며 “국회의원 전체를 X값으로 만드는 추태”라고 직격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김 원내대표를 최근 매니저 갑질 논란이 불거진 방송인 박나래 씨와 비유하며 “매니저나 보좌진과의 갈등은 지엽적”이라며 “핵심은 ‘실제 행위’와 주체의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김 원내대표가 당장 사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퇴할 경우 잇따른 의혹 속에서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은 채로 회복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자료는 적법하게 취득했다”며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 역시 윤석열 정부 당시 수사기관이 보도 내용까지 포함해 모두 수사한 뒤 2024년 4월 22일 ‘혐의없음’으로 종결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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