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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는 화재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와 투숙객 인터뷰 시리즈를 통해 중소형 숙박 시설이 처한 현실을 진단하고 실질적인 안전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이데일리는 화재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와 투숙객 인터뷰 시리즈를 통해 중소형 숙박 시설이 처한 현실을 진단하고 실질적인 안전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1편에서 관제센터 관리자를 통해 대응 상황을 살펴봤다면, 이번 인터뷰에서는 화재 당시 실제로 숙소에 투숙 중이었던 김지영 씨(35)의 목소리를 통해 투숙객이 처음 이상 상황을 인지한 순간부터 대피에 이르기까지의 긴박했던 상황을 들어본다. 이를 통해 심야 시간대 숙박시설 안전 시스템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 그리고 그 대응이 투숙객에게 어떤 체감으로 남았는지를 조명한다.
―지난 10월 대구 서구 평리동 모텔 투숙 당시 화재를 처음 인지하게 된 순간의 상황은.
잠든 상태에서도 무의식적으로 매캐한 냄새가 느껴졌지만, 깊이 잠들어 있어 바로 깨어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반복적으로 울리는 벨소리와 사이렌, 문을 두드리는 소리 등 요란한 소리가 이어져 일어날 수 있었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객실 문을 여는 순간 짙은 연기가 한꺼번에 밀려 들어왔고, 순식간에 코와 목이 심하게 따가웠다. 동시에 타는 냄새를 맡게 되어 화재가 발생했음을 인지하게 됐다.
―화재 인지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복도 쪽으로 연기와 타는 냄새가 심하게 퍼진 상황이어서 우선 객실 문을 닫은 뒤 즉시 119에 전화로 화재 신고를 했다. 그런데 이미 신고가 접수되어, 119에서는 별도의 설명 없이도 묵고 있던 숙소의 위치와 당시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이후 객실 창문을 열고 아이들이 함께 있다는 것을 알렸고, 현장에 도착해 있던 구조대 분들이 빠르게 구해주셨다.
―화재 인지 직후 지냄 관제센터로부터 얼마나 빠르게, 어떤 방식으로 연락을 받았나.
화재 발생일 기준 이틀 전 밤을 새운 데다, 전날에도 이른 아침부터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일정으로 매우 피곤한 상태였다. 그 날도 깊게 잠들었던터라 자칫 화재 상황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화재 경보음과 전화 벨소리 덕분에 몽롱한 상태에서도 잠에서 깰 수 있었고 늦지 않게 상황을 인지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잠이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화재를 마주해 이성적인 판단이 쉽지 않았고, 공포감 속에서 무엇보다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걱정이 가장 크게 느껴졌다. 대부분의 투숙객들이 깊이 잠들어 있었을 시간에 발생한 화재였던 만큼, 숙소 측의 신속한 연락과 화재 신고, 즉각적인 화재 경보 작동이 없었다면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초기 대응 덕분에 비교적 빠르게 상황을 인지하고 대피 및 구조로 이어질 수 있었다.
―안내를 받고 대피하면서 다른 투숙객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또한 안내 시스템이 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는지.
화재 발생 이후 119 신고 접수부터 소방차 및 구조 인력 도착, 실제 구조까지의 전 과정이 비교적 신속하게 진행됐다. 덕분에 연기 흡입 이외 추가적인 피해 없이 투숙객 전원이 침착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지냄의 관제 시스템이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고 안전한 탈출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다른 숙박시설 이용 경험과 비교했을 때, 이번 과정에서 느낀 해당 숙소의 안전 시스템 수준은 어떠했다고 평가하는가.
이번 숙소를 이용하기 전에 인근 타 숙소에서 투숙객이 건강상 피해를 입었음에도 해당 업주 측에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는 보도를 접한 바 있다. 그 영향으로 대기업 브랜드가 아닌 숙소의 경우 사고 대처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화재 상황에서는 119 공식 홈페이지와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한 화재 신고 접수부터 출동, 구조까지의 전 과정이 매우 신속하게 진행됐고, 그 결과 큰 인명 피해 없이 투숙객 전원이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화재 이후 대응도 인상 깊었다. 숙소 측에서는 적극적인 사후 연락과 함께 환불 및 보상 등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빠르게 나섰고, 특히 체크인 당시 만났던 프론트 직원은 연락처를 모르는 상황에서 체크인 시 남겨두었던 이메일 주소로 안전하게 탈출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줬다. 또한 무인 운영 시간대에 키오스크를 통해 객실키 관련 음성 안내를 해주었던 직원은 추후 환불 절차 안내를 위해 통화했을 때 저희 가족이 무사한지 걱정해주기도 했다. 직원들의 진심 어린 배려와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숙소 대표 역시 먼저 연락을 취해 건강 상태를 세심하게 확인했고, 만약 화재 차량 차주 측의 보상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숙소에서 책임지고 보상을 진행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병원 검진도 충분히 받을 것을 권유했다. 화재 원인이 숙소의 과실이 아니었고, 숙소 역시 피해를 입은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숙객을 우선시하는 책임 있는 대응이 정말로 감사했다. 이러한 대응 덕분에 큰 트라우마 없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향후 숙박시설 전반에 이러한 안전 관리 시스템이 확대된다면, 투숙객 입장에서 어떤 변화가 기대되는가.
이번 화재를 겪으며 트라우마로 남기보다는 오히려 ‘지냄’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와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 사고 발생 당시의 대응은 물론, 이후 사후 조치까지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직원 한 명 한 명이 투숙객의 안전과 안위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느껴져 깊은 인상을 받았다.
무인으로 운영되나, 관제센터를 통해 숙소 전반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필요 시 즉각적으로 투숙객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비대면 시스템은 안전 관리 측면에서도 매우 효율적인 운영 체계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보다 많은 숙박시설로 확대된다면 투숙객 입장에서는 야간이나 긴급 상황에서도 보다 안심하고 숙박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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