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25년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순자산총액 300조원 시대를 목전에 두며 양적 성장을 이뤘다. 특히 올해는 인공지능(AI) 전력 인프라와 K-방산 테마가 주도주로 확고히 자리 잡으며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자금 유입이 늘어나면서 운용사 간의 점유율 싸움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KB자산운용을 밀어내고 3위에 올라서며 업계 서열을 바꿨다. 반면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은 고분배 착시 논란과 대규모 평가손실 등 연이은 운영 미숙으로 자존심을 구겼다.
2025년 ETF 시장을 주도한 K-방산 테마가 글로벌 수요 증가에 힘입어 연초 대비 170%가 넘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고공행진했다. ⓒ 챗GPT 생성 이미지.
◆
AI 전력 인프라와 K-방산, 수익률 상위 싹쓸이…인버스‧레버리지 희비교차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국내 상장 ETF의 순자산총액은 296조920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73조원이었던 시장 규모가 1년 만에 120조원 넘게 불어나며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을 이끈 주역은 단연 AI 전력 인프라와 K-방산 테마였다. 인공지능 시장 확대로 데이터센터를 돌릴 전력과 냉각 시스템 수요가 폭발하면서 관련 종목들이 급등한 결과다.
실제 지난 24일 기준 레버리지를 제외한 수익률 랭킹을 살펴보면 이들 섹터의 독주가 두드러졌다. NH아문디운용의 'HANARO 원자력iSelect'는 연초 대비 176.02% 오르며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한화자산운용의 'PLUS K방산'이 173.82%의 수익률로 뒤를 바짝 쫓았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방산&우주'도 154.24%의 높은 성과를 보였다. AI 반도체 공급망에 집중한 'PLUS 글로벌HBM반도체'(151.14%)와 재생에너지 테마인 'PLUS 태양광&ESS'(149.52%) 등도 세 자릿수 수익률 대열에 합류하며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
이처럼 특정 테마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상승장에 베팅한 레버리지 상품과 하락장에 베팅한 인버스 상품의 희비도 극명하게 갈렸다.
'TIGER 200IT레버리지'가 263.44%라는 경이로운 수익률로 전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260.23%)와 'KODEX 반도체레버리지'(253.79%) 등 반도체 관련 레버리지 상품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반면 하락장을 예상하고 베팅한 'PLUS 200선물인버스2X'(-74.27%)와 'RISE 200선물인버스2X'(-74.26%) 등은 70%가 넘는 처참한 손실을 기록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
KB 밀어낸 한투, 3위 쟁탈전서 '완승'
운용업계 점유율 싸움에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KB자산운용을 밀어내고 3위 자리에 오르는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단순히 순위만 바뀐 것이 아니라 격차까지 크게 벌리며 3위 자리를 확실히 굳혔다.
지난 23일 기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25조7945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KB자산운용은 21조1427억원에 머물며 양사의 자산 격차는 4조5000억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시장 점유율 또한 한투운용이 8.6%를 기록하며 KB운용(7.1%)을 따돌렸다.
양사의 희비를 가른 결정적 요인은 개인 투자자들의 선택이었다. 올해 들어 개인들은 한투운용의 ETF를 총 3조51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같은 기간 KB운용 상품을 1조6192억원 매수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운 수치다.
한투운용이 'ACE' 브랜드를 앞세워 미국 빅테크, 반도체, 원자력 등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는 트렌디한 상품을 적시에 공급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반면 KB자산운용은 리브랜딩 실패와 인력 이탈이라는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7월 브랜드를 'RISE'로 전면 교체하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연초 대비 KB운용의 순자산 규모는 7조9258억원 늘었지만, 한투운용은 12조8359억원 증가하며 격차가 벌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리더십 공백까지 겹치며 1년 사이 사업 총괄 수장이 두 번이나 교체되는 등 조직이 흔들리면서 중장기 전략 수립에 차질을 빚고 있다.
ⓒ 각 사.
◆
1위는 유지했지만…끊이지 않는 잡음 삼성자산운용
업계 1위 삼성자산운용은 양적 성장 면에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이달 23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순자산은 113조3529억원으로 올해만 47조4480억원 늘었다. 이로써 순자산이 35조3097억원 증가한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97조1618억원)과의 격차를 벌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러한 몸집 불리기 이면에서는 김우석 대표 취임 후 성과 압박에 따른 리스크 관리 부실과 도덕성 논란이 연말 내내 끊이지 않았다.
삼성자산운용을 둘러싼 가장 큰 잡음은 '고분배 착시' 논란이었다.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 ETF는 지난 9월 분배금을 지급했으나 과세표준액이 0원으로 집계되며 수익 없이 펀드 자산을 헐어 배당을 줬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는 실질 수익이 아닌 투자자의 원금을 깎아 배당률만 유지하는 '제 살 깎기'식 운용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안일한 기계적 매매로 인해 150억원이 넘는 평가손실을 자초한 사건도 발생했다.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에 유동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시장가 매수로 주가를 폭등시킨 뒤 고점에 물리는 '아마추어적 운용'을 보이며 1위 사업자로서의 운영 능력에 의구심을 자아냈다.
마케팅 분야에서도 삼성자산운용은 경쟁사의 광고를 베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신뢰도에 상처를 입었다. 최근 개시한 'KODEX 미국S&P500' 광고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광고 디자인 및 문구와 100%에 가까울 정도로 흡사하다는 논란이 일면서 벤치마킹 수위를 넘었다는 업계의 지적이 쏟아졌다.
Copyright ⓒ 프라임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