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남철수 때 태어난 '김치 베이비' 이젠 75세…"한미동맹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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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남철수 때 태어난 '김치 베이비' 이젠 75세…"한미동맹 결실"

연합뉴스 2025-12-26 16:33: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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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성탄절 맞아 한국전쟁 피란선 출생 '크리스마스 베이비' 조명

75세 된 손양영씨 소회…"부모님, '북에 남은 형·누나 찾으라' 유언"

흥남철수작전 중 배에서 태어난 손양영·이경필 씨 흥남철수작전 중 배에서 태어난 손양영·이경필 씨

(거제=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6일 오전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서 열린 '6·25 전쟁 흥남철수작전 메러디스 빅토리호 승선원 환영식'에서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에서 태어난 손양영, 이경필(왼쪽)씨가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김치1호, 김치5호로 불렸다. 2018.4.6 imag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함경남도 흥남. 중공군의 참전으로 인한 미군의 철수 대열에 피란민이 대거 합류했다.

미군은 일본 요코하마항에서 한국으로 전쟁 물자를 운송하던 7천200t급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 호에 '공산주의자가 아닌 시민' 1만4천명을 태워 남쪽으로 이동했다.

이 배에서 5명의 새 생명이 태어났다.

미 CNN 방송은 성탄절을 맞은 25일(현지시간) '75년 전 북한군을 피해 탈출하던 어머니들의 품에서 다섯 명의 '크리스마스 베이비'가 바다 위에서 태어났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들의 삶을 조명했다.

당시 미군 승무원들은 아이들에게 '김치 1, 2, 3, 4, 5'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이들 중 3명은 행방이 확인되지 않지만 '김치 1'과 '김치 5'는 이산가족을 대표해 한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김치 1' 손양영(75) 씨는 인터뷰에서 "미군들의 협조가 없었다면 우리 피란민들은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자신을 '한미 동맹의 결실'이라고 불렀다.

당시 기록과 미군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매서운 추위 속 빅토리 호에는 '인간 화물'이 가득 찼다.

피란민들은 전기, 빛, 난방, 물, 식량이 없는 갑판 안에 꼼짝없이 갇혀 있었다. 화장실도 없어 화물칸마다 배설물이 쌓였다.

이런 환경에서 손씨가 태어났다. 그는 "부모님은 내가 배에서 태어났다고 매일 말씀해주셨다. 어머니는 선장실에서 낳았다고 생각하셨지만, 알고 보니 선장실에 딸린 의무실에서 내가 태어났다"고 말했다.

메러디스 빅토리호 승선원 벌리 스미스 메러디스 빅토리호 승선원 벌리 스미스

(거제=연합뉴스) 이준영 기자 = 18일 오전 경남 거제시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서 열린 '6·25 전쟁 흥남철수작전 메러디스 빅토리호 마지막 생존 승선원 벌리 스미스 환영식'에서 '김치1'으로 불린 손양영(74) 씨가 스미스 씨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2025.3.18 ljy@yna.co.kr

배는 경상남도 거제도에 도착했다. 손씨는 이곳에서 인생의 첫 7년을 보냈다고 한다.

사실 손씨에게는 형과 누나가 있다. 지역의 고위 관리였던 손씨 아버지는 공산 세력이 득세하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판단해 첫째와 둘째 아이는 북한에 있는 다른 가족에게 맡기고 만삭인 아내와 함께 남쪽으로 피신했다.

손씨 부모는 2∼3주만 떨어져 있으면 첫째와 둘째 자식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그리움을 안고 남쪽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다.

손씨는 "아버지는 약 40년 전, 어머니는 약 20년 전에 돌아가셨다. 그분들의 유언은 당신들이 하지 못했으니 나보고 형과 누나를 찾으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손씨는 1980∼1990년대에 무역회사를 다니며 바쁘게 살다가 50대에 이르렀을 때 '김치 5'가 다른 '김치'들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김치 5' 이경필(75) 씨가 거제도에서 열린 흥남 철수 기념식에서 네 명의 '김치'를 찾더라는 것이었다.

거제도에서 수의사로 활동한 이씨의 출생 배경도 손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씨는 손씨와의 첫 만남을 돌아보며 "친형제를 만난 것 같았다. 가족을 만난 것처럼 너무 기뻤다. 우리는 같은 운명을 가졌다"고 했다.

두 사람은 북한 선수단과 외교 사절단이 참가했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함께 자원봉사도 했다. 이후 남북 관계가 다시 얼어붙으면서 남북간 대화와 이산가족 상봉을 포함한 교류는 전면 중단됐다.

손씨는 북한에 있는 형, 누나에게 전할 메시지를 묻는 CNN에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눈을 감는 날까지 당신들을 찾을 것입니다. 그리고 찾게 되면, 부모님이 한국에서 살면서 얼마나 당신들을 그리워했는지 낱낱이 이야기해 줄 겁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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